정부가 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10만여 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동탄 신도시는 지난해 10월 분당급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된 뒤 이른바 분당급 신도시로 불려왔는데, 이번에 지역이 확정된 것이다. 660만 평에 10만 5천 가구라면 엄청난 규모다. 서울의 주택 사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지방에서는 실감하기 힘들지만 서울의 주택 수요를 대체할 수만 있다면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크기다.
그러나 이번 신도시 건설 계획은 여러 가지 난맥상을 드러냈다. 먼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신도시 건설이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해온 지금까지의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 또 사전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추진 주체들 사이에 협의가 원만하지 못한 상황, 발표 이전에 정보가 흘러나오는 바람에 정책의 면밀함보다 신속한 발표에 급급한 상황,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장기 계획이 아니라 수도권 수요 분산이라는 단기 목표에 초점을 맞춘 듯한 상황 등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신도시 필요성과 건설 효과
분당급 신도시로 불리는 동탄2신도시는 서울 강남 혹은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수요를 대체하는 데 건설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과연 의도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위치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도심으로부터 40여㎞, 강남 기준으로도 30㎞ 떨어져, 확정 발표와 함께 머나먼 동탄으로 불리고 있다. 건교부는 "대체 도시는 거리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지만 머나먼 동탄은 거리 개념을 넘어 강남 대체 기대도 머나멀다는 시장의 반응을 함축한다.'(신문 사설)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신도시 정책이라는 지적도 무성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동탄1신도시를 거쳐 경기 평택시, 충남 아산시에 이르는 경부 축에 대형 6개, 미니 30여 개의 신도시가 건설 중이거나 완공된 상황이다. 획기적인 대책이 없을 경우 2010년 이후 경부고속국도는 교통지옥이 될 게 뻔하고 전국 물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신문 사설) 그동안의 신도시들은 교통대책이 뒤늦게 나오거나 추진이 불분명해지는 바람에 늑장, 졸속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신도시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신도시 건설에만 매달리는 것은 수도권 과밀을 더 악화시킬 하책이다. 신도시 급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 신도시들은 보통 10~30년의 장기 계획으로 추진된다. 교통·교육·문화·환경 등 도시 기반시설을 단계적으로 갖춰가면서 그에 따라 입주 계획도 단계화해서 직장과 주거가 밀접하게 연결된 자족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 들어 쏟아내고 있는 신도시 계획들은 5, 6년 만에 구공탄 찍어내듯 도시를 찍어내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잠만 자고 서울로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베드타운(bed town) 기능밖에 못해 교통·환경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신문 사설)
▶선정 과정의 문제점
이번 분당급 신도시 건설 계획은 애초 입안 단계에서부터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정부 당국자가 먼저 공표한다거나, 정부 부처 간 말이 다르다거나 하는 미숙함으로 인해 투기를 자극, 땅값을 상승시키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난이 내내 따라다니고 있다. 한두 개의 비판만 살펴봐도 그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는 바로 섣부른 추병직(당시 건교부 장관)發 신도시 추진 발언이었다. 올 들어 전반적인 집값 안정세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신도시 후보 지역은 당국자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투기 수요가 몰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더욱이 분당급 신도시 개수를 둘러싸고 부처 간 혼선까지 빚는 바람에 시장 혼란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급기야 신도시가 동탄 지역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정부가 6월 말 예정된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촌극까지 연출한 것이다.'(신문 사설)
정부는 시장이 혼란스럽게 돌아가자 6월 말 예정이던 내용을 한 달 가까이 서둘러 발표했다. 그에 따라 교통 등 건설 관련 대책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도 부실하다는 비난을 샀다. '서둘러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투기대책까지 제대로 마련했는지 의문이다. 투기 방지 대책 등 철저한 보완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신도시 건설의 순기능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것임이 자명하다.'(신문 사설) 현장에서는 이미 주변 집값이 치솟고 보상을 겨냥한 개발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의 뒤늦은 투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도 의심스럽다.
지금이라도 과거 신도시 건설에 어김없이 동반했던 문제들을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적도 날카롭게 들린다. '지금까지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난개발을 막기 위해 신도시를 건설한다지만 주변지역의 난개발을 막을 수단이 없다. 주변지역을 계획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면 신도시 예정지역도 계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말이기에 원래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조 원에 이르는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문제도 아직 제대로 된 대응 수단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신문 칼럼)
▶국토균형발전과의 충돌
이번 신도시는 서울 강남과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수요를 잡는다는 목적 아래 추진됐다. 애초에 국토 전체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균형적인가 하는 가치와는 상충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신도시가 필요하다면 어떤 수요를 대체하고 흡수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끊임없이 강남을 모방하는 짝퉁을 만들겠다고 공표하는 순간 명품 강남의 가치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강남에서 멀면 강남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고 강남에서 가까우면 경부 축에 혼잡을 더할 뿐이다. 신도시 건설은 서울과 수도권, 더 나아가 국토의 균형발전을 동시에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신문 칼럼)
신도시 건설이 가져올 국토 불균형에 대해 국민들은 한층 더 높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땅이 거기에 포함됐느냐, 내가 거기로 옮겨갈 여지가 있느냐 등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라고 해도 국토 전체 차원에서 올바르게 추진되는 일이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민들은 더욱 그렇다.
'신도시 건설은 특별법인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추진되므로 국토종합계획, 수도권정비계획, 도시기본계획과 무관하게 입지가 정해진다. 현 제도에서는 개발예정지가 결정되면 땅값이 폭등할 것이기에 장기계획에 반영조차 하기 어렵다. 상위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 기존 장기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신문 칼럼)
신도시 개발만 검토할 게 아니라 서울과 주택밀집지역 자체에서 상황을 개선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이 나온다. 주장의 의도가 다소 불분명해 보이지만 검토해야 할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수요 억제와 함께 수도권 공급물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은 옳다. 그러나 서울 강남 등 노른자위의 재건축 완화 등을 통해 공급물량을 상당히 늘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외면한 채 대체지가 되기 어려운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긍정적 효과 이상의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생각해보기
▷정부의 주택 정책은 규제와 부담을 높여 수요를 줄이는 방향과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눌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욱 우리 현실에 맞다고 여기는지 정리해 보자.
▷서울 주변 신도시는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강남의 집값은 더 높이 올라 신도시 개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이 과연 바른 정책인지, 교육 등 다른 문제점들과 연관시켜 볼 때 어떤 해결책이 가능한지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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