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좌충우돌 '대선개입' 파문

입력 2007-06-04 11:46:47

임기 말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막나간 경우는 없다. 과거 대통령들은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도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까놓고 대선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대통령이 지녀야할 도덕적 책무도, 공직자로서의 선거법 준수도 안중에 없다는 투다. 엊그제 자신의 열성지지자 모임인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모습이 그랬다.

노 대통령은 이 날 4시간 동안 좌충우돌한 특강원고를 며칠동안 밤잠을 안자가며 썼다고 한다. 지지자들을 열광시킬 생각에 대통령이 아니라 한 정파의 우두머리로서 몰두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나온 내용이 독설'거짓말'궤변으로 시종 누군가를 공격하는 게 전부였다. 한나라당부터 시작해 대선 주자, 언론까지 무차별 난타했다. 900여 좌석에서 100여 차례 박수가 쏟아졌다하니 그 분위기가 어땠을지 물을 것도 없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끔찍하다"고 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짐작 못할 바는 아니나 임기 이후의 심중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1대1 대선 구도를 주문했다. 작정하고 대선 정치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이명박 씨는 대운하정책을 '제정신' 운운으로, 박근혜 씨는 '독재자의 딸'로 에둘러 가며 깠다. '그놈의 헌법' '무식하면 용감' 같은 못할 소리까지 거침없이 해댔다. 손학규'정동영'김근태 씨도 사정없이 두들겼다. 언론한테는 사실 왜곡까지 해가며 모욕감을 주었다.

이런 대통령이 특강 파문을 통해 챙기려는 반사이익은 곧 드러날 것이다. '탄핵의 추억'을 되씹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걱정은 남은 7개월이다. 이대로는 국정을 잘 마무리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로 순조로운 정부 이양에 전념할 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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