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나의 힘"…양준혁의 '끝없는 도전'

입력 2007-06-04 09:46:14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변화하기까지는 고통스럽죠. 하지만 고통 없이는 좋은 결과가 없는 법입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나 정치가의 주장이 아니다. 그럼 이름 높은 철학자나 고승이 남긴 명언?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노총각인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38)이 꺼낸 말이다.

◆2천 안타 대기록 눈앞

그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한국야구사에 남을 기록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프로무대에서 15시즌째를 맞는 동안 이미 득점 1위(1천139득점), 루타(3천401루타)와 2루타(396개) 1위, 타점(1천233점) 1위, 볼넷(1천86개) 1위에 올라있으며 일찌감치 1위에 오른 최다 안타 부문에선 2천 안타에 7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다 안타는 피트 로즈가 24시즌을 뛰며 기록한 4천256안타,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장훈(23시즌)의 3천85안타가 최다 안타 기록. 장훈은 경기당 약 1.1개의 안타를 때려냈는데 양준혁의 페이스도 경기당 1.1개를 조금 웃돈다.

◆나의 힘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양준혁은 2002년, 2005년 슬럼프를 겪었다. 데뷔 이후 9시즌 내리 3할 타율을 유지하다 2002년 2할대(0.276)로 타율이 떨어졌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던 양준혁도 이젠 한물 갔다'고들 했지만 이듬해 3할(0.329)을 쳐냈다.

2005년 더 깊은 슬럼프(타율 0.261)가 찾아왔지만 이듬해 다시 3할 타자(0.303)로 복귀했다. 답은 타격 자세의 변화였다. 오른쪽 다리를 홈 플레이트쪽으로 당겨 짚는 크로스 스탠스를 취한 것.

"명품 브랜드에서도 신상품은 계속 나와요. 마찬가지로 냉엄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명성에만 기대선 안됩니다. 주연 배우가 갑자기 행인1 역할을 하게 되면 거듭나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죠. 시즌이 끝난 뒤 전지훈련 때 끊임없이 비디오 분석에 매달려 새 타격법을 찾았습니다."

올해 양준혁은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이 1/3 가량 지난 시점에서 이미 지난 시즌 기록한 홈런(13개)을 쳐낸 것. 역대 두 번째로 15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기록을 세웠고 4일 현재 장종훈의 최다 홈런(340개)에 18개 차로 따라붙었다.

이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전문가의 조언 아래 두 달 동안 몸의 균형을 맞추고 순발력을 다지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린 결과물. "30대 중반이 되면 어느 선수나 고비가 옵니다. 다시 일어서려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존심은 필요없어요. 후배들 대신 물주전자라도 들 각오가 되어 있어야죠."

◆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체질적으로 잘 받지 않는 술은 피한다.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이처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양준혁이지만 '배우자 관리(?)'는 아직 뜻대로 안된다. "혼자서도 밥을 잘 챙겨먹고 체력 관리도 잘하니 불편한 줄 모르겠다."지만 후배선수 부인들이 남편에게 영양제며 보약을 챙겨주는 걸 보면 옆구리가 허전하기도 할 터.

"결혼을 하긴 해야죠. 2세 생각을 하면 되도록 빨리 하면 좋겠고요.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나요? 나이가 있으니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만은 않고…." 야구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풀면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더듬는다.

결혼 외에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또 있다. 40대 들어서도 '위풍당당'한 선수로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 목표. 이미 두 번의 위기를 이겨냈기에 닥쳐올 시련도 두렵지 않다. 팀 후배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운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먼저 경험한 것들을 전해주고 싶어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까지 잃을까봐 변화를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후배들인데 안타깝죠."

15시즌째 선수 생활을 하는 그는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아직 몸도, 마음도 20대 중반이다. "4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한다면 장훈 선배님의 최다 안타 기록도 깰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의지와 노력을 지켜보면 무리한 꿈만은 아닐 것 같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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