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 211회 의사 강철훈씨

입력 2007-06-04 07:12:22

168cm, 64kg에 수더분한 인상의 강철훈(44) 씨가 예전에 90kg이 넘는 비만형 몸매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언뜻 상상이 가지 않았다. 비만으로 몸이 좋지 않아 달리기와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그가 마라톤 완주에 나선 지 11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 211회로 '국내 최다 완주 기록'의 보유자로 우뚝섰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강 씨는 대구시 북구 태전동에서 개인 의원을 운영 중인 의사. 그는 매일 달리기를 하며 거의 매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 이틀 연속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가 하면 나흘 연속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기도 한다. 일반 마라토너들을 대상으로 한 공인 집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라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한 마라톤 잡지의 집계에서 강 씨는 일반 마라토너 중 국내 최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군 복무할 때 과음과 폭식으로 몸무게가 90kg이 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방간 수치도 높고 몸이 안 좋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달리기로 몸을 가다듬다 1996년 9월 설악산 마라톤대회에서 처음 완주했다. 완주한 성취감에 너무 기뻐 권금성까지 내쳐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했다. 그는 1996년에 2회, 1997년 1회, 1998년 3회, 1999년 6회, 2000년 11회, 2001년 14회, 2002년 15회, 2003년 22회, 2004년 32회, 2005년 38회, 2006년 43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올 들어서도 벌써 24회를 완주했다.

2000년에는 이틀 연속 풀코스 완주를 1회 기록했고 2001년에도 1회, 2004년에 1회, 2005년 2회, 2006년 3회, 올해 2회 이틀 연속 풀코스를 달렸다. 올해에는 사흘 연속 풀코스 대회가 생기자 사흘 연속 달린 후 다른 대회에 한 번 더 참가, 나흘 연속 풀코스 완주를 두 차례 기록했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상주에서 열린 사흘 연속 마라톤대회에 참가, 3시간 57분, 3시간 25분, 3시간 23분대의 기록으로 골인한 후 바로 다음날 충북 수안보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 4시간 15분대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더 강해지는 것 같아 '마라톤 중독'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골프나 등산 등 다른 취미를 가진 이들이 그 운동을 좋아하듯이 나도 마라톤을 좋아한다고 보면 된다. 몸이 무리할 정도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초기에 '마라톤 중독'에 걸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첫 풀코스 완주 후 바로 마라톤에 빠져들어 3개월간 거의 매일 30㎞를 달렸다고 한다. 아침에 10㎞를 뛰면 저녁에 20㎞를 뛰는 식으로 30㎞ 달리는 것을 채워야 직성이 풀렸고 이에 대해 강박증까지 느끼게 됐다. 그는 이무렵 주행 시간을 단축하고 싶어 선수들처럼 고기만 먹는 탄수화물 식이요법도 두어번 해봤으나 고통스러워 그만뒀다. 이렇게 하다 보니 몸이 피로해졌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는 '운동 중독' 현상이 나타나 뛰는 것을 멈추었고 그로 인해 이듬해인 1997년에 풀코스를 한 번밖에 완주하지 않았다.

그는 몸이 아플 경우에는 한두 달 쉬기도 하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하도 많이 달리다보니 몸 상태를 잘 알게 돼 완주 후 다음 날은 회복 훈련으로 가볍게 뛰고 서서히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한 주에 40㎞ 정도씩 달리기 훈련을 한다. 요즘은 고관절이 좋지 않아 속도를 조절하면서 달리고 있으며 달리기를 그만두면 초보자의 몸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나흘 연속 마라톤대회에 나서면 병원 문을 닫아야 되지 않느냐고 하자 "3월 초에 제주도에서 사흘 연속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때는 어쩔수 없이 병원 문을 닫았고 최근 상주 대회 때는 오전에 문닫고 오후에는 문을 열었다."며 "아무래도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가족들은 몸이 안 좋을 때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해해주는 편이다. 친구들 중에는 잦은 마라톤대회 출전을 말리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 때문에 골프나 다른 취미를 못 가진다고 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라톤을 알게 돼 하고 있고 여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70대인데도 마라톤 풀코스를 200회 이상 뛴 분도 있다.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나이 들어서 마라톤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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