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했단다. 참으로 신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창동 감독이 누군가? 일반인들은 설경구가 열연했던 '박하사탕'을 만든 감독으로, 혹은 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만 아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가 이필동 대구뮤지컬축제조직위원장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또한 한때 삼형제가 모두 대구 연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번 영화 '밀양'에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다수의 연극배우들이 출연했다. 20년이 훌쩍 뛰어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극단 '원각사'의 김미향 대표를 위시해, 현재 서울 대학로에서 최고의 배우로 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마카의 이성민, 그리고 지역의 유망주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극단 '마루'의 서영삼, 극단 '마카'의 이중옥 등이 그 장본인들이다.
'밀양'의 승리, 이것은 곧 대구의 승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대구가 어떤 곳인가? 이상화 시인, 이인성 화백 등과 같은 불세출의 작가들을 배출한 도시가 아닌가? 또한 연극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 연출가이며,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 연출가인 홍해성 선생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호러 연극제'가 열리고, '오페라 축제'가 매년 벌어지며, 올해부터는 '뮤지컬 축제'까지 개최하는 도시가 내 고향 대구이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너무 이르다. 비록 '밀양'이 대구의 승리라고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촬영지는 대구가 아니다.
이것은 문화를 경제성으로 끌어올리는 것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부산은 영화 '친구' 이후 부산영화제가 태동하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이 기간에 부산에 몰려든다. 그야말로 문화를 산업으로 성공시킨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호러 연극제'의 경우는 지역잔치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그 대상을 전국적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오페라 축제' 역시 그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유럽의 관객까지 수용할 수 있는 작품과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이다.
또한 새롭게 출발하는 '뮤지컬 축제' 역시 거시적인 안목으로서 차분히 내실을 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의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가져야 할 것이다. 모처럼 들려온 낭보를 지역의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디딤돌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공정욱(치과의사·극단 '마카'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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