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함으로 일궈낸 '1등 유기농'
"납품한 풋고추 품질이 다소 떨어져 담당 바이어가 한마디 했나봐요. 보통 사람들 같으면 "내일은 좋은 것으로 보내겠다."고 답변하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죠. 고추밭을 몽땅 갈아 없앤 것이지요. 고추를 다시 파종해 수확할 때까지 매장에 해당 상품이 없는 황당한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한들농원 농작물을 납품받는 대형마트 (주)메가마트 농산물 구매팀장 이인수 차장은 영천 한들농원 대표 이찬실(73) 씨를 "프로정신이 몸에 밴 철저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정년퇴직 후 이순(耳順)의 나이로 농사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지역 유기농 대부로 불리게 된 이 씨. 수산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공직에 몸을 담았다가 수산업계에 평생을 종사한 후 퇴직해서는 영천에 정착해 유기농업에 뛰어들었다.
처음 영천 청통면 계지리에서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의 땅이라곤 손바닥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노력하면 반드시 얻어질 것이라 믿고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그러면서도 유기농산물에 관심을 쏟았다. 농약에 대한 위험성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이 농약 친 농산물을 외면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온 터라 친환경 유기농이 미래농업의 대안이라 여긴 것.
출발이 늦은 만큼 몇 배의 노력을 기울인 사이 농기계는 몰론 땅도 어느새 그의 소유가 되었다.
지금도 나이에 비해 정력적으로 일을 한다. 새벽 2시에 일어나 트럭으로 부산까지 직접 상품을 싣고 가 납품하고 돌아와서는 농장일로 잠시의 쉴 틈도 없는 일정을 계속한다.
이 같은 부지런함으로 양파와 건고추는 부산·경남권에서 소비자 품질인증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방울토마토와 배, 감자, 가시오이, 풋고추 등도 소비자 품질인증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4월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3년간 전환기 농업을 거쳐 최근 유기농업을 인증받았다. 무농약 인증 당시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판로개척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한들농원'을 상표 출원했다. 그리고 뜻을 함께한 여러 농업인과 더불어 작목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판매 마케팅에 나섰다.
지금 비닐하우스 2천600평과 노지 1천500평에서 올리는 매출은 지난해 3억 2천만 원 정도.
결코 적은 연배가 아니지만 그는 아직도 꿈을 많이 꾼다. 우선 농산물 가공공장을 꼭 짓고 싶다. 메가마트에 1등급 상품만 납품하다 보니 품질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에서 뒤떨어져 2등급으로 전락한 상품을 가공하기 위해서다. 돈에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상품이 형편없이 폐기 처분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다.
젊은 층을 겨냥해 매운맛은 없고 다 익으면 오이 향이 나는 아삭고추 재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제품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게 작용했다.
"지역 우수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의 꿈은 또 하나 있다. 영천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우수농산물을 대형마트에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
"남들은 나이가 많다고 그러는데, 제 처와는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납니다. 그래도 아직 끄덕(?) 없습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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