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나도 기자' 코너의 시민기자 정은지(23·여)씨는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신문의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래의 방송인을 꿈꾸며 국어국문학과 언론영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대학에 들어와 4년간 학생 기자로 학업과 학보 만드는 일을 병행하면서 가장 대학생다운 기사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나도 기자'를 통해 대학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 천태만상 대학축제
잠시 시간을 거슬러가보자. 1970, 8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은 5월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하나 돼 뛰어노는 '대동(大同)'의 축제. 끊임없이 막걸리 잔이 돌아가고, 새벽달이 자취를 감출 때까지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아련할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학 축제라는 것은 소수의 학생이나, 학생회의 잔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학 문화라는 경계가 소멸되고 즐길거리, 놀거리가 넘쳐나면서 대학 축제는 더 이상 젊은 끼를 발산하는 공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7년. 대학 축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생들 만이 아닌 대학구성원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다운 축제'로 또 한번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열린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축제에서는 '스승의 밤', '어버이의 밤', '성년의 밤'이라는 각기 다른 소주제를 바탕으로 3일 간의 대동제가 열렸다.
첫날인 '스승의 밤' 행사에서는 사제 간의 정이 예전과 같이 않은 오늘날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소중한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자는 취지에서 '교수님께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교수님 덕담', '큰절 올리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둘째 날 '어버이의 밤'은 감동을 찾을 수 있는 행사로 꾸며졌다. 교내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밤낮으로 경비를 서는 경비아저씨를 위한 '어울림 한마당'을 통해 평소에는 잊고 살았던 이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했고, 부모님을 위한 시간인 '우리 부모님을 찾아라', '영상편지' 등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시간도 다양하게 준비됐다.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인순이의 '밤이며 밤마다'를 열창해 관중의 환호를 받은 신선영(대가대 식품외식산업학부 2년)씨는 "대학 축제라고 하면 단순히 학생들 만의 놀이터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 좋았고, 특히 어머니와 함께 한 노래자랑에서 2등으로 입상해 더욱 기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날은 '성년의 밤'을 테마로 올해 성년이 되는 학생들을 축하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시간들이 펼쳐졌다.
□ 실속 있는 대학 문화 추구
2007년 5월 축제가 열리고 있는 대학가를 둘러보면 많은 대학들의 축제가 실속추구형 축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재학생들의 취업경쟁력과 무관하지 않게 되면서 대학축제 기간 동안에 취업컨설팅이나 모의면접 등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해 내실을 기하는 대학축제도 늘고 있는 것. 이런 현상에 대한 물음에 졸업을 앞둔 조혜민(대가대 국어국문학과 4년)학생은 "축제가 꼭 놀고 먹는 유희의 장만이 아니라 목표있는 축제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4학년이 되고 보니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 졌다. 대학 축제가 실속추구형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점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단순히 먹고 노는 축제가 아니라 대학생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도 눈이 띄었다. 역사교육과 학생들은 우리나라 전통복장 중 관복을 입고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학생 및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홍보했으며, 학생들이 많이 드나드는 동문에 게시물을 설치하여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왜곡 등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며 역사학도로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재학생들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축제기간 동안 재학생을 비롯한 교수, 직원은 물론 인근의 주민들도 축제에 참여하여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최명주(대가대 경영학과 2년) 학생은 "기숙사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주막도 운영하고 우리학교의 축제를 함께 참여하면서 한국 대학 축제에 대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며 "글로벌 시대에 맞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외국인들과 한국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축제 프로그램들로 채워지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이란 단순히 교육활동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대학생활 그 자체가 중요한 하나의 목표이자 과정이 되는 곳. 그래서 대학축제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젊음의 열정을 힘껏 즐기기도 하면서 구성원 간의 새로운 의사소통을 이루고 다양성을 표출하면서 대학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잔치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대학문화를 형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는 대학축제.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지 기대된다.
정은지(대구가톨릭대학 학보사 편집장)
#축제에 참가하는 다양한 유형들
-너희를 위해 준비했어 '준비'봉사형'
최우석(대가대 경영학과 2년)씨는 현재 총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으로 대동제 준비위원이기도 하다. 그의 생활은 이미 축제 한 달 전부터 비상사태. 밤낮으로 회의를 하고, 물품과 행사 진행에 대한 준비를 하다보면 밤을 꼴딱새는 일은 다반사다. 그는 "홍보물 제작부터 술병 하나하나 계산까지 정작 축제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누적된 피로와 싸워야 한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일거양득(一擧兩得) '실속형'
요즘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외식산업학부 학생은 칵테일, 미술대학 학생들은 팔찌나 귀걸이 등의 장식품, 사진 전공자는 사진 찍어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축제에 참가한다. 강경명(대가대 식품공학과 3년)씨와 성주호(대가대 외식산업학과 3년)씨는 강의시간에 배운 칵테일 제조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었다. "도수 높은 술보다는 예쁘고, 맛 좋은 칵테일을 통해 축제분위기를 한껏 돋울 수 있고 실습시간까지 가졌으니 일거양득이랄수 밖에요."
-넘치는 끼를 발산하라 '유희형'
온 몸을 울리는 음악소리에 몸을 맡겨라. 대가대 극장에서는 'CU클럽'이 준비됐다. DJ의 음악에 맞춰 이제껏 억눌러왔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학생들. 김지인(대가대 자율전공 1년)씨는 "학교 축제에서 이런 색다른 행사를 열어 직접 친구들과 참여하고 즐길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축제가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축제가 뭐 별건가 '무관심형'
축제가 시작될 시간이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 기숙사에서 정문 앞 버스정류장 길에는 여행가방을 든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기숙사에 주말까지 외박을 신청하고 나서는 이순교(대가대 사회복지학과 3년)씨는 "축제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해마다 비슷한 행사의 반복으로 여겨질 뿐"이라며 "특징 없이 비슷한 이벤트들로만 채워지는 축제에다, 즐기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기분이 들어 차라리 축제기간 동안 피해있는 것"고 말했다.
정은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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