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FINEX) 공장.
50평 남짓한 운전실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54개의 CCTV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현장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바로 뒤편 벽에는 도표, 그림과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난수표 같은 숫자들로 메워진 현황판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무실 직원들과 현장근무자 간의 무전기·전화기 교신음이 소란스럽고 설비를 공급한 외국인 슈퍼바이저(기술전수자)와 포스코 엔지니어들 간 즉석 회의는 선 채로 진행된다. 파이넥스 공장은 전쟁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작전본부처럼 분주하다.
◆세계 철강사 다시 쓴다
"'포스코식' 철강제조법인 파이넥스 공법을 통해 만든 쇳물로 다진 철판이 세계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설마 설마'하며 지켜보던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합니다."
파이넥스 공장에서는 연간 150만t의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1992년 처음 연구를 시작해 1998년 연산 3만 5천t짜리로 성공 가능성을 알렸고, 2002년에는 70만t짜리를 만들어 채산성이 '높다'는 확신을 얻은 뒤 비로소 양산체제를 갖춘 공장을 건설한 것.
신기술로 무장한 125명의 파이넥스 '전사'들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가 가장 먼저 달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또 지금까지는 포스코가 철판 등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파이넥스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는 제품은 물론 설비와 기술을 수출하는 '토털 엔지니어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와 베트남에서는 이런 기대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지난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건설노조 파업 당시 파이넥스 공장은 공정률 80% 상태에서 두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되는 시련을 겪었다.
◆파이넥스는 땀과 노력의 결정체
파이넥스 공장 책임자인 배진찬(38) 공장장은 회사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집에 못 들어간 지 20일이 넘었다. 125명의 근무자 대다수도 사정이 비슷하다.
그 이유를 묻자 한결같이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검증된 고로법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현장에서 '성공'이 공인될 때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
배 공장장은 "파이넥스는 '내 모든 것'이고, '내 전부'이다."고 말했다. 대구 계성고를 졸업하고 포항공대를 1기로 졸업한 그는 입사와 동시에 파이넥스 프로젝트에 투입돼 외길을 달려왔다. 다른 동료도 10년 넘게 손발을 맞춰왔고 그래서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파이넥스 공장은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뒤쪽, 영일만 바닷물과 인접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가 가지는 의미를 한 직원은 "제일 뒷자리에서 포스코의 전진을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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