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2시 영주시 봉현면 봉현초교 급식실. 전교생 54명의 자그마한 초등학교에 교직원과 학생을 비롯해 마을 어른과 출향인사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조촐하면서도 특별한 자리였다. 학생 감소로 폐교 위기를 맞은 70년 전통의 시골학교를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감동과 사랑이 넘치는 학교 만들기' 행사였다.
막걸리와 다과상을 마주하고 앉은 '학교를 사랑하는 이'들이 고사리손들의 하모니카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백발의 이 학교 선배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학교는 올해 폐교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해 전교생 46명 중 12명이 졸업한 뒤 3, 4, 6학년 진급학급은 겨우 학생수 8명을 넘겼으나, 2학년과 5학년 진급학생은 각각 7명과 5명으로 복식학급(2개 학년이 한 학급에서 수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었다. 한 학급이 8명 미만이면 복식학급으로 전환되고, 복식학급 위주로 학교가 운영될 경우 결국 폐교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교사들이 발벗고 나섰다.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방과후학교, 신입생 장학금 지급, 무료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을 설명하며 설득을 벌였다. 결국 신입생 15명, 재학생 4명 추가, 유치원생 10명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교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출향인사들에게도 알려졌다.
권기호 경화장학회장은 "인근 봉현남부초교도 폐교됐는데 이대로 가면 학교는 다 없어질 것이다.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고, 황우섭 재경향우회장은 "그동안 고향일에 너무 무관심했다. 학교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이날 재경향우회 회원들은 '영원불멸'이란 글귀가 담긴 액자와 1천만 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또한 한신장학회, 경화장학회, 봉우회, 와룡회 등이 학교발전기금을 내놓았다.
이동경 봉현초교 교장은 "출향인들의 도움이 학교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감동과 사랑이 넘치는 영원불멸의 학교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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