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글씨 감정원마다 결과 제각각…고액수수료·자격시비도
사설감정원의 필적 감정 결과에 대한 신빙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같은 필적에 대해서도 사설감정원들마다 결과가 제각각 다른 경우가 많은 데다 법원 역시 이들 업체의 감정 결과를 인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간부 A씨(50)는 최근 모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채무 상환 독촉을 받았다. '10여 년 전 연대보증을 선 친구의 변제 책임을 부담하라.'는 금융기관의 독촉이었던 것. 보증을 선 기억조차 없었던 A씨는 이를 거부했고 이에 금융기관은 연대보증서에 적힌 자필서명을 근거로 법원에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노 씨는 5곳의 사설감정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 모두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는 감정을 받았지만 대구지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연대보증 책임을 물어 3억 원을 갚아주라고 판결했다. 금융기관 역시 법원을 통해 사설감정원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고 법원이 이것을 받아들인 것. 결국 자신의 이름 석자가 적힌 서명 때문에 3억 원이라는 거액을 물어줄 처지에 놓인 A씨는 "같은 자필서명에 대해 여러 감정원에서 나의 서명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그런데도 법원 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 측이 의뢰한 감정 평가만 증거로 인정하는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직장인 B씨(44) 경우는 사설감정원의 감정 결과에 대한 법원의 불신으로 오히려 사법처리를 면할 수 있었다. 친구가 발행한 약속어음 뒷면에 자신의 배서가 있어 누군가가 도용해 배서한 것이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오히려 필적 감정 결과 자신의 필적으로 확인돼 무고죄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것. 여러 정황증거를 판단, 필적 감정 결과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처럼 법원에서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사설감정원의 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사설감정원의 자격 시비, 공정성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사설감정원은 대구, 서울, 부산지역 '대한문서감정사회' 소속 13곳이 있는데 이 중 9곳은 법원에 정식 등록돼 있지만 나머지 4곳은 감정사의 경험과 능력, 신뢰성과 공정성, 각종 비리 관련 등의 이유로 법원에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홈페이지만 요란하게 장식해 놓고 필적, 문서의 위·변조 등 문서 감정을 해준다고 광고하는 곳이 많지만 대개는 의뢰인으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감정을 대행해주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만 받는 곳이 많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의뢰비용 역시 만만찮아 건당 80만 원 이상으로 소송건당 평균 3, 4군데에 감정을 의뢰하는 것을 감안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과 맞먹을 정도다.
대구지법관계자는 "필적 감정 결과는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으나 사람의 필적이 도용될 개연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설감정원에 필적을 의뢰하기보다 법원에 필적 감정 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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