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더 열심히 뛰어야죠."
지난 14일 밤 대구시내 한 삼겹살집에서 40대 중년 세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노장환(45·복지약품 대표), 김성훈(41·피아노조율사), 조홍규(40·동아쇼핑 숍매니저) 씨. 40대의 중년으로 힘겨운 인생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이들은 소주를 앞에 두고 솔직담백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40대의 고민과 행복, 꿈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토로했다.
◆고민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일과 건강이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노 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젊은 세대와 세대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직원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견해차를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서지만 그럴수록 직원들은 멀어지더군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직원들과 대화시간을 갖습니다. 영업노하우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조 씨는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돈과 죽음이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합니다. 탈모도 생겼습니다. 빚 때문에 자살하거나 병으로 죽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서 건강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되더군요." 두 사람의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김 씨는 "독립할까, 이대로 주저앉을까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행복
40대의 행복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다. 이들은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입을 모았다.노 씨는 "동창회에 나가면 또래보다 잘 된 친구들도 많지만 이제는 봉투를 줄 만큼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다."면서 "아이들과 아내가 건강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웃었다.
김 씨는 "피아노조율사라는 직업은 음악과 관계되는 일인데 음악교수들이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추켜세워줄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식
40대에게 자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자식 얘기가 나오자 소주잔이 연거푸 비워졌다.노 씨는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면서 "아이들이 학원 다녀오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나도 사업 때문에 자정을 넘어서 퇴근한다."고 말했다. 노 씨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매주 첫 째주 일요일은 무조건 비워두고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높은 사교육비 부담보다는 과외 등으로 힘든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직업
이들은 한 직업에서 20여 년간 종사했다.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을까?
조 씨는 "작년까지 유통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했다."면서 "전문직을 선택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부쩍 들었다."고 말했다.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는 김 씨는 "기술이 있다고 해서 오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동료 중에도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맞받아쳤다.
◆친구
40대에게 친구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친구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40대. 그들에게 친구는 어떤 의미일까?노 씨는 "오래전 친한 친구의 보증을 서줬다가 돈을 떼였다."면서 "돈도 잃고 친구도 잃었다."고 말했다. 노 씨는 "그때는 괴로웠지만 요즘은 오죽했으면 그 친구가 그랬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 씨는 "나이들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면서 "어머니가 다리수술을 받았을 때 친구가 성심껏 도와줘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눈물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주는데 아내가 말하더군요. 아이들이 다른 아버지와 달리 학교까지 태워주셔서 고맙다고 했답니다. 그때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합창단에서 가족들과 관중 앞에서 공연을 펼쳤을 때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노 씨는 "40대가 되어서 아직까지 눈물을 흘린 적은 없다."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장애인복지회관에서 후천적 장애인들이 재활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고 털어놨다.
조 씨는 "지난해 장인·장모님이 디스크수술을 받았을 때 아내가 많이 울었다."면서 "나도 모르게 아내를 껴안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웃었다.
◆아내
김 씨는 "집안일은 나몰라라 했는데 친구가 집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최근 안방을 신혼방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조 씨는 "아이들 키우는 일은 정말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고함지르니까 아내가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악역은 혼자만 맡겠다고 했습니다. 처가에 자주 못 찾아뵙는 것도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하지만 저녁은 반드시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노 씨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하는데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다시 집안일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야망
소주병이 쌓여가면서 이들의 얼굴은 어느덧 술기운으로 불쾌해졌다.조 씨는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면 귀농을 하고 싶다."면서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채소를 길러서 직접 해 먹으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노 씨는 "동종업계에서 대구에는 큰 업체가 8곳 있다."면서 "40대에 열심히 일해서 50대에 가장 큰 업체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지역에서 피아노조율사는 100명 정도가 있다."면서 "악기 등 피아노 시장이 불경기지만 열심히 일해서 대구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조율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가고 소주병은 쌓여갔다. 이들 40대는 마지막 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 "40대 브라보!"를 외치면서 힘차게 잔을 부딪쳤다. 가족의 곁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씩씩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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