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달랑 세명 모이는데 분양홍보하러 먼길을 찾아오더라니까요~"
'줄 세워서 집 팔던 시절은 지나간 이야깁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면서 계약률을 올리기 위한 주택회사들의 '판촉 마케팅'이 눈물겹게(?) 펼쳐지고 있다.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인력 동원에다 썰렁한 모델하우스로 방문객을 그러모으기 위한 각종 이벤트 행사, 사람만 모이면 어디든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 등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책으로 실수요자들은 줄고 있지만 신규 분양 단지는 계속 늘고 있어 업체마다 판촉에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영업 부서의 경우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약률을 올리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안 오면 찾아간다.
지난해 분양한 북구 읍내동 'e-편한세상'을 분양 중인 대림은 주말마다 영화관 1개관을 통째로 빌려 설명회를 열고 있다.
모델을 찾는 고객 등을 대상으로 사전에 최신 영화 입장권을 배포한 뒤 극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5분여 동안 '영상 홍보'를 통해 아파트 판촉에 나서고 있는 것. 대림 관계자는 "모델을 오픈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갈수록 줄어 영화관 홍보를 시작했다."며 "당초 기대보다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달 말 모델하우스 문을 여는 수성구 두산동 'SK 리더스 뷰'는 이미 1년 전부터 20여 명으로 홍보팀을 구성해 각종 모임 등에 참석해 즉석 설명회를 연 뒤 기념품 등을 나눠주는 '방문 마케팅'을 열고 있다.
SK 관계자는 "변호사회나 의사회 등 전문 직종이나 규모가 있는 각종 봉사 단체 모임은 기본적인 설명회 대상이며 요즘은 3, 4명 정도 모이는 계모임도 연락이 오면 직접 찾아가고 있다."며 "지금까지 개최한 방문 설명회가 200회는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할인점이나 은행, 병원 등도 단골 마케팅 장소다.
화성 영업부 주정수 차장은 "이달 초 문을 연 상인화성파크 드림 홍보를 위해 달서구 지역 내 백화점과 할인점, 은행 지점 등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 홍보물을 나눠주고 즉석 상담을 했다."며 "모델로 찾아오는 고객이 줄어든 만큼 업체마다 찾아가는 홍보는 이제 기본이 됐다."고 했다.
◆고객에게 감동을, VIP 마케팅
롯데건설은 지난해 봄 분양한 수성구 수성 3가 롯데 캐슬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4차례 정도 집으로 선물을 배달했다.
계약일과 추석, 성탄절, 설 연휴와 결혼 기념일 등이 선물 증정일. 기존 계약자에게 선물 공세를 펴는 곳은 '고객 감동'을 통해 추가 계약자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심철영 분양소장은 "주택회사보다 계약자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아파트를 소개하는 것이 훨씬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계약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을 뿐 아니라 판촉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내달 초 달서구 월배 지구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하는 계룡건설도 'VIP 마케팅'의 하나로 계약자 전원에게 특급호텔 1년 회원권과 동별로 법인 골프장 회원권을 기증할 예정이다.
지난주부터 계약을 시작한 달서구 성당 주공 재건축 아파트는 주부 도우미를 '100여 명' 고용, 주택업계 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모델하우스 문을 열 때 고용하는 주부 도우미는 10여 명 안팎.
하루 1천여 만 원의 비용을 쏟아부으며 '100명'의 주부 도우미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 측은 "주부 도우미 중 80여 명은 전혀 경험이 없는 이들로 순수한 주부 입장에서 아파트 홍보를 하기 때문"이라며 "100명을 고용한 것은 찾아오는 고객 한 명이라도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라고 밝혔다. SK 건설도 이달 말 분양하는 두산동 주상복합 아파트에 40여 명의 전문 상담사를 배치하고 VIP 휴게실을 설치,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일대일 모델하우스 안내를 할 계획으로 있다.
◆모델하우스를 바꿔라
주택회사 입장에서 이제 '모델하우스'는 단순하게 집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찾아오는 실수요자들이 줄면서 모델로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행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기 때문이다.
수성구 시지 보국 웰리치와 북구 읍내동 대림 모델하우스 등은 각종 미술 및 조각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수성 3가 코오롱 하늘채는 전통 다도 시연회를 가졌으며 같은 지역 롯데 캐슬은 모델 한 곳에 가구 전시장을 상설 운영하고 있다.
또 주부들을 그러모으기 위해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하거나 도서관 등을 설치하는 모델 하우스도 늘고 있으며 철학관과 피부 미용실을 운영 중인 곳도 있다.
특히 모델에 인파를 모으기 위한 각종 경품 행사는 기본이다.
모델하우스 오픈 이후 초기 계약일까지 일주일 동안 매일 선착순으로 선물을 기증하며 최근 들어서는 2, 3 시간 단위마다 각종 경품 이벤트를 열어 방문객 발길을 붙잡아 두는 모델하우스도 등장하고 있다.
주택회사 관계자들은 "계약을 받기 위해 모델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풍경이 어제 같은데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며 "무더위가 찾아오면 주택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더위 탈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