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정복한 2006-07시즌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경기 결과로만 말할 수 없는 화제들을 몰고 다녔다. 이번 시즌 영국 언론에 소개된, 경기보다 더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도 코라디는 가장 기발한 골 세레머니를 보여줬다. 100만 파운드라는 이적료가 무색하게 그는 시즌 초반 12경기 동안 한 골도 성공하지 못해 언론에 '최악의 이적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되곤 했다. 마침내 13번째 경기에서 첫 골을 넣었다. 코라디는 경기장 코너에서 뽑은 깃발로 팀 동료 조이 바튼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는 즉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재미있게도 '조셉 경'은 코라디에 이어 추가골을 넣어 기사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티에르 앙리와 아데바요르는 어설픈 세레머니를 시도하다 빈축을 샀다. 빠르게 점프를 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스텝을 밟는 동작을 번갈아 하는 것인데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영국인들의 이 궁금증은 한 축구 잡지의 리포터가 해결해 주었다. 그는 앙리에게 직접 물어 "탈의실에서 내가 마음대로 춤추는 것을 보고 팀 동료들이 골을 넣고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막상 골을 넣고 보니 나를 따라 춤을 춘 사람은 아데바요르 한 명 밖에 없었다."라는 대답을 얻어왔다.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의 소심한 성품이 또 다시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감독들은 워낙에 별 것 아닌 일에 트집 잡고 싸우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 속 좁기로는 벵거 감독이 으뜸으로 꼽힌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토튼햄의 마틴 욜 감독이 자주 그의 상대로 거론되는데 이번에는 웨스트햄의 알란 파듀 감독과의 싸움이 요란했다. 말론 헤어우드가 아스날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자 파듀 감독이 그를 칭찬한다며 공개적으로 벵거를 자극한 것이다. 경기 후 파듀가 사과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내 영역을 침범했다. 화가 난다."라며 밀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영국 언론들은 벵거 감독이 지난 시즌 파듀 감독이 아스날 선수들의 다양한 국적을 트집잡았던 사실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었기에 더 심하게 화를 냈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리버풀의 욘 아르네 리세와 크레이그 벨라미는 엉뚱하게 다투며 우애를 다졌다. 리버풀은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단결을 위해 훈련장에 노래방 기계를 마련했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대신 골프를 치겠다고 나서는 벨라미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게 됐다. 리세는 벨라미와 작은 언쟁을 벌이다 노래 한 곡 하고 풀자며 반주를 틀어줬다. 벨라미는 이마저도 뿌리쳤다고 한다. 그래도 리버풀은 누캄프에서 벌어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리세와 벨라미가 한 골씩 넣은 것이다. 팀 동료들은 이들의 싸움이 바르셀로나 전을 위한 완벽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칭찬했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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