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의 무한변신

입력 2007-05-24 10:21:27

삼겹살의 변신은 어디 까지?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춘 삼겹살은 다양한 퓨전메뉴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그 인기는 계속 될 전망이다. 현재 돼지고기 판매량의 약 80%가 삼겹살이라는 점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한방과 허브로 특수 제작한 한지에 싼 한방 삼겹살을 비롯해 솔향기 풍기는 솔잎 삼겹살, 매콤한 통후추 삼겹살, 오징어 먹물 삼겹살, 낙지와 쭈꾸미 삼겹살, 해초 삼겹살, 된장박이 삼겹살, 바비큐 삼겹살, 토마토 삼겹살 등 삼겹살의 퓨전메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

숙성방법에 따른 메뉴도 다양하다. 허브향 가득한 허브 삼겹살, 와인에 1주일 담근 와인 삼겹살, 벌꿀고추 삼겹살, 꽃가루 된장 삼겹살, 숙성김치 삼겹살, 매실 숙성 삼겹살 등 어떤 부재료와도 어울리지 않은 게 없는 것이 삼겹살이다.

굽는 방식과 불판의 특성, 재료의 가공방법에 따라서도 삼겹살의 맛은 달라진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위해 칼집을 낸 칼삼겹살은 쇠갈비 못지않은 인기를 끈다.

90년대 초반 솥두껑 삼겹살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1인분 가격이 자장면보다 싼 대패삼겹살이 유행했다. 이 경우 양이 적어 셋이서 20인분을 먹는 것은 다반사였다. 90년대 후반엔 미숫가루 삼겹살에 이어 2000년대를 들면서 와인과 녹차 등이 삼겹살을 만나 웰빙 삼겹살로 거듭나게 됐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공통메뉴' 삼겹살. 그 무한변신은 이제 삼겹살의 새로운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평범한 삼겹살은 이제 가라.' 삼겹살의 개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고기 중에 삼겹살만큼 빠른 맛의 변신 사이클을 보이고 있는 메뉴는 없다. 그만큼 삼겹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기메뉴이기 때문.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입맛을 이끌고 있는 이색 삼겹살 맛 집 5곳을 찾아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삼겹살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What 삼겹살-신세대 입맛 사로잡아

호텔 주방장 출신의 주인이 개발한 다양한 삼겹살 맛으로 젊은 층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4일간 저온 숙성한 냉동 삼겹살에 신세대들이 좋아하는 부재료를 곁들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통후추를 듬뿍 뿌린 삼겹살, 허브와 와인 등에 재운 삼겹살, 피자 맛을 풍기는 토마토 삼겹살 등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높다. 특히 먹고 난 후 자꾸 입안에 그 맛이 살아나는 통후추 삼겹살은 외국인 단골도 있을 정도.

고깃집의 분위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소담스런 카페식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숯을 압축해 만든 참숯판을 이용함으로써 고기를 구울 때 실내에 냄새와 연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상큼 달콤한 오렌지로 맛을 낸 재래기와 땅콩소스가 일품이다.

▷위치:중구 삼덕 1가 갤러리존에서 로데오 거리 가는 사잇길. 1인분 150g기준 3천500원.

◆떡삼시대- 쫀득한 떡과의 궁합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삼겹살을 코코넛 가루가 뿌려진 떡에 싸먹는 맛은 어떨까.' 떡쌈시대에 가면 새로운 삼겹살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호박과 쑥, 백년초로 색을 낸 얇은 떡(전병)에 삼겹살과 파절이를 얹어 쌈을 싸 먹는 이곳의 삼겹살은 쫀득한 떡맛과 쫄깃한 육질, 그리고 떡에 뿌려진 아삭거리는 코코넛 가루의 식감이 찰떡 궁합을 이룬다. 여기에 소스 또한 신세대 입맛에 맞는 핫소스, 비어바비큐 소스, 마늘소스, 콩기름 등 4가지가 제공된다. 각각의 소스는 나름의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보기에도 두툼한 삼겹살은 48시간 저온 숙성시킨 고기를 사용하며 묵은 김치와 버섯, 감자, 두부가 불판에 같이 올라온다. 떡은 무한리필 된다.

▷위치:수성구 두산동 황금네거리에서 중동교 가는 중간 씨킹덤 옆. 떡쌈돌김치삼겹살 1인준 180g 기준 8천원.

◆옹골진 화로- 숯향이 입안 가득

삼겹살 집이라기보다 카페에 들어 선 듯한 인상을 준다. 그만큼 실내 인테리어나 테이블의 배치가 정갈하고 아늑하다. 특히 야간에 탁 트인 2층 창가에 앉으면 대로변이 훤히 내려다보여 밤경치가 더 좋다.

이 곳에선 벌겋게 단 참숯을 넣은 전통적인 화롯불을 손님 테이블에 올려 직접 고기를 구워먹게 하는데 이 때 삼겹살과 목살, 갈매기살은 주방에서 초벌구이로 해 기름을 뺀 상태이다.

화롯불에 구워진 고기는 참숯향이 한껏 배여 그 맛이 특이하며 특유의 잡냄새가 나지 않아 아이들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화이트와 레드와인 17종을 구비해 삼겹살과 와인의 맛 궁합도 절묘하다. 하우스 와인 1병에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을 고루 제공하는 와인세트는 이 집만의 특별메뉴이다.

▷위치:달서구 대곡동 유천교에서 수목원 방향 100m 지점 오른쪽. 와인세트 3만~3만 8천원, 옹골진 모듬세트 1만 7천원(3인분), 삼겹살, 목살, 갈매기살 각 1인분에 6천~7천원.

◆쭈삼쭈삼-해물과의 환상적인 만남

불포화지방산과 DHA가 풍부한 쭈꾸미와 단백질이 많은 삼겹살이 만나 환상적인 맛 콤비를 이루고 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물어 꼬치에 꿴 쭈꾸미와 삼겹살을 회전식 화로에 익혀 먹는 쭈꾸미 삼겹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는 메뉴. 간접화로 방식의 회전식 구이불판은 연기가 나지 않고 고기가 돌면서 기름기도 쏙 빠져 담백함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상추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얹고 새콤한 무채와 쭈꾸미를 더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실내 분위기도 깨끗하고 편안해 가족이 함께 외식하거나 단체회식에 어울리는 곳이다.

특히 멸치육수에 된장을 푼 된장국수는 토속적인 맛이면서도 별미다.

▷위치:수성 4가 동아마트 건너편. 1인분 기준 삼겹살 6천원, 쭈꾸미 6천원.

◆엉클돈- 삼겹살 바비큐의 맛

잘 손질한 뒤 소금 간을 한 삼겹살 덩이를 참나무 화덕에 넣고 약 280℃에서 45분간 익혀낸 이 곳 바비큐는 맛이 담백하면서도 참숯향이 물씬 배어 있다.

입맛에 따라 된장, 데리야끼, 간장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으며 쌈 채소와 샐러드도 무한리필 된다. 전채로 따뜻한 옥수수 스프가 나오며 느끼한 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팥빙수가 연중 무료 제공된다.

▷위치:갤러리존에서 밀리오레 가는 중간쯤. 삼겹살 바비큐 1인분 6천 500원, 바비큐 냉채 1만원.

*삼겹살의 탄생=원래 비계 덩어리였던 삼겹살은 돼지고기 중 가장 인기 없던 부위였으나 이를 제일 맛있는 살코기로 둔갑시킨 것은 장사수완이 좋기로 유명한 개성사람들.

살코기에 그냥 비계 덩어리가 붙어있도록 돼지를 키우지 않고 섬유질이 적은 사료를 먹이면서 비계 끝에 다시 살이 생기고 그 살 끝에 다시 비계가 붙은 식으로 육질을 개량한 것. 당연히 시중에 보다 비싼 값에 내다 팔 수 있게 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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