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본격 경선 국면에 돌입했다. 23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선준비위원회가 출범했고 역시 이날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후보검증위원회도 구성됐다.
또 29일 광주를 시작으로 약 한 달 동안 후보 '정책비전 토론회'가 개최된다. 6월 초에는 후보 등록이 예정돼 있다. 8월 말 경선의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본격 경선국면 돌입에 맞춰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양대 유력 대선 주자들의 경선 승리 전략, 참모진, 지역 공략법 등을 짚어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선 승리전략은 ▷대세론 확산 ▷서민형 실용주의 정책 ▷인간미 홍보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대세론'은 지난 1차 경선 룰 싸움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양보하는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 일단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 전 시장이 '고뇌 끝에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심은 물론 당원들에게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한 측근은 "'통 큰 정치인'의 면모로 출발한 대세론은 당내 주류 세력을 변화시키면서 더욱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영남권 중진인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박 전 대표의 아성이던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경남에서까지 고른 원내 지지 세력을 갖고 있어 대세론이 더욱 탄력 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본선 경쟁력 강조'는 대세론을 유지하는 키 포인트.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도를 바탕으로 범 여권 후보들에게 확실히 이길 사람이 누구인지를 상기시켜 지지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서민형 정책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까지 나온 정책은 세제, 교육 등 거창한 것은 없고 대운하, 정부 예산 줄이기 등 국지적인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같이 작은 공약들이 오히려 국민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 '당장 뭘 해야 먹고살 수 있느냐?'는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것들이기에 서민들에게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인간 이명박에 대한 홍보'는 이 전 시장이 끝까지 가지고 갈 '무기'다. 이를 위해 가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부쩍 강조한다. '어머니' 출판기념회를 사실상 자신의 출정기념식과 연결시킨 것도 인간적인 면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인간미는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간미는 박 전 대표와의 싸움에서는 필수조건으로 꼽고 있는데, 자신의 강한 이미지가 자칫 동정표를 몰아주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이 이 전 시장에게 다소 뒤처지지만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고 검증문제가 이슈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 캠프의 필승전략은 검증론 확산과 지지율 격차줄이기, TV토론회 적극 활용을 꼽을 수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검증론 확산이다. 캠프 입장에서 보면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검증이 가장 유효한 공격 수단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나부터 검증하라."며 공세를 펼쳤다. 캠프 관계자들도"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될 경우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을 중심으로 이 전 시장에 대한 자료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친박(親朴)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전 시장의'X-파일'존재 여부가 화제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검증문제를 이슈화시킬 묘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캠프에서 직접 나서면"또 싸운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 우선 당내 후보 검증위원회의 활약을 지켜본 뒤 여의치 않으면 캠프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과의 일반지지율을 12% 이내로 좁히는 문제도 고민거리다. 캠프 측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대의원과 당원 지지율에서 이 전 시장에 비해 10% 이상으로 앞서 있다고 판단하고 일반 지지율을 12%대로 좁히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20~30대 젊은층과 자영업자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20%대의 정체된 지지율로는 경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이 전 시장의 주요 지지층을 흔들겠다는 계산이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사 문제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캠프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TV토론을 활용, 이 전 시장의 말 실수를 역이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잇따른 설화(舌禍)를 겪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비해 말실수가 거의 없는 박 전 대표가 TV토론에서 안정감을 보여준다는 것. 이와 함께 TV토론에서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등 검증되지 않은 공약과 도덕성 등을 이슈화하면 여론을 유리하게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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