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채용 기준 주먹구구…한명이 130명 담당
학교 급식 조리원들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급식 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교육청의 조리원 채용 권장 기준에 문제가 있는데다 실질적 채용 권한을 지닌 학교에서도 경비 부담을 이유로 조리원들의 근로 환경을 외면해 급식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
급식 학생 수 1천300여 명의 대구 수성구 Y고의 조리원은 고작 10명. 조리원 1명당 130명의 급식을 책임져야 하고, 자체 식당이 없어 음식 통을 들고 교실까지 일일이 퍼날라야 한다. 이렇게 하루 8시간씩 일해서 버는 돈은 월 70만~80만 원선. 초교를 제외한 중·고교, 특수학교는 비정규직 신분이어서 고용불안 부담까지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리원 채용권을 지닌 일부 학교장의 '횡포'는 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한 조리원은 "점심시간 전후 1, 2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2, 3명의 조리원은 가끔 학교장과 이사장 급식 배달까지 해야 하는 신세"라며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리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교육청의 채용 권장 기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대구교육청이 권장하는 조리원 1명당 학생 수는 초교 150~160명, 중·고교 120~130명으로 대구 전체의 급식조리원은 376개교 2천276명(2004년 기준)에 이른다. 여고보다는 남고, 식당급식보다는 교실급식 때 조리원의 노동 강도가 훨씬 세지만 남녀 또는 급식 형태에 상관없이 조리원 수는 모두 같다. 학교 급식 관계자들은 "조리원 1명당 급식 인원 수가 너무 많다."며 "인원 산정에 세부 지침 등 근거가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개별 학교들이 대체 인력과 관련한 교육청 지침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것. 교육청은 조리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연가, 병가를 의무화하고 대체 인력을 운영토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 조리원들에게 연가 최소 10일, 특별휴가 최대 5일을 주고 있는 Y고는 지난 한 달 새 2명이 잇따라 빠져 기준에 못 미치는데도 대체 인력 투입이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싶지만 조리원을 구하기 어렵고, 학부모들의 추가 부담이 필요해 교육청 지침을 따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위생 점검 등 조리원들의 노동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는데 조리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급식 사고가 더 늘게 될 것"이라며 "보다 합리적인 채용 권장 기준과 철저한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