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개발논리에 몸살앓는 팔공산

입력 2007-05-22 09:07:13

▲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최근 대구에서 걸출한 인물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압니까?"

팔공산 훼손 실태를 취재하면서 동행한 장병호(46) 등산학교 교장이 기자에게 웃으면서 던진 질문이다. 그는 "팔공산과 일대 자연환경이 훼손돼 정기가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비록 농담일지 모르겠지만 장 교장의 말처럼 팔공산의 파괴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자체의 무차별적인 개발계획과 각종 규제완화 등을 볼 때 향후 팔공산의 숨통이 더 막힐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팔공산을 관광상품화 해야 한다.'는 개발 찬양론자가 주위에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팔공산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2011년 세계육상대회와 연계해···'라는 얘기였다.

현재 팔공산은 순환도로로 허리가 잘려나간 상태고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식당, 여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자연스레 먹혀들고 있었다. 팔공산의 명성을 이용해 한건 올리려는 관료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광주 무등산만 보더라도 광주시와 시민들이 합심해 개발을 막고 '국립공원화'하려는 것을 볼 때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침체된 지역 경제를 대규모 개발을 통해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데 웬 딴죽이냐고 하겠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은 복원하기에 너무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도 팔공산이 더이상 난도질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 팔공산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떼려야 뗄수 없는 대구의 허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팔공산은 고려태조 왕건을 도운 8명의 충신을 기려 그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마땅한 보호대책 하나 없이 개발만 한다면 오래지 않아 '팔공산 정기를 타고난 XXX씨'란 말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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