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의 교육프리즘)청소년기와 여가 선용

입력 2007-05-22 07:05:02

'필연은 문명의 어머니이고, 여가는 문명의 유모'라고 토인비는 말했다. 서구식 의미의 '여가(leisure)'는 희랍어 스꼴레(Schole)와 라틴어 리께레(Licere) 등이 그 어원이다. 스꼴레는 '여가, 학술토론이 열리는 장'이란 뜻이며, 후에 영어의 학교(school), 학자(scholar)로 바뀌었다. 리께레는 '허락되다, 자유스러워지다'란 뜻으로 현대적 여가의 어원이다. 스꼴레는 강제력 없이 자기 교양을 높이려는 진지하고 적극적인 지적·문화적 창조 활동을 의미한다. 두 어원이 말해주듯이 여가란 단순히 남는 시간, 혹은 쉬는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문화, 학습, 자유, 예술 등을 포괄하는 매우 폭넓은 의미를 가진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스파르타인들은 전쟁을 하는 동안에는 안정을 유지했지만 제국을 얻자마자 붕괴되고 말았다. 그들은 평화가 가져다주는 여가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들은 전쟁훈련 이외는 다른 것과 더 좋은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훈련도 받지 못했다. 전쟁을 목적으로 삼는 국가의 대부분은 전쟁을 하고 있는 동안에만 안전하다. 그들이 제국을 세우자마자 붕괴되고 평화 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칼처럼 그들의 예리한 기질을 상실한다. 입법가는 여가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은 데 대해 비난받아야 한다.' 신득렬 교수의 최근 저서 '행복의 철학'에 나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스파르타의 정치체제와 교육제도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나가고, 학교 수업 마치자마자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새벽 1시 너머까지 책상 앞에서 버티고, 네다섯 시간 자고 일어나 다시 학교에 가는 우리 아이들. 대부분의 가정은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는 동안에만 안전하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던 형식적인 대화와 예리한 긴장은 상실하게 된다.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심한 허탈감이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진정한 대화를 경시하고 여가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은 데 대해 비난받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수험생이 있는 가정의 상황으로 바꿔 본 것이다.

스파르타는 비옥한 농토 때문에 다른 도시국가들보다 부유했다. 그러나 여가 선용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망했다. 대부분의 가정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족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체계적인 여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소양과 인문적 교양이 결여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한 후, 별 죄의식 없이 방종과 퇴폐에 빠져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유시간과 여가를 사용하는 방법에 의해 공동체의 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가는 교양의 기초'라고 했다. 5월이 가기 전에 온 가족이 함께 각 가정에 맞는 여가 선용 방법을 찾아 실제로 실행해 보자. 청소년기에 여가 선용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어른이 되고나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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