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입력 2007-05-22 07:23:35

얘야, 어제는 소만(小滿) 날이었구나.

소만은 '작을 소(小), 찰 만(滿)'으로서 보리가 알을 품기 시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고…….

옛날 중국에서는 소만입기일(小滿入氣日)로부터 망종(芒種)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중후(中候)에는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말후(末候)에는 보리가 익는다고 하였지.

씀바귀는 꽃상추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인데 뿌리와 잎을 모두 나물로 먹었어. 그런데 맛이 매우 써. 그런데도 먹은 걸 보면 이때가 되면 먹을 것이 귀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중후 무렵에 누렇게 죽어가는 냉이도 봄나물로 매우 많이 이용되었어. 냉이로는 국도 끓이고 무침도 하였어.

그리고 말후에 익어가는 보리는 밀과 더불어 여름철 주식을 대표해. 보리밥, 보리떡, 보리죽 등 보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지.

농가월령가에서는 '4월이라 맹하(孟夏) 소만(小滿) 절기로다.'라고 했어. 즉 더워진다는 뜻과 함께 보리가 알을 밴다는 뜻이 들어 있어. 그런데 보리가 익기도 전에 양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살아가기에 매우 힘들었는데 이때를 보릿고개라고 불렀어.

다행히 감자가 익기 시작하여 사람들은 그래도 숨을 돌릴 수 있었지.

'감자꽃'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 왜, 권태응 선생이 지으신 동시 '감자꽃'이 있잖아.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 보나마나 하얀감자

그런데 이 노래는 그냥 감자꽃 노래가 아니고 우리 민족의 높은 독립심을 노래하고 있단다. 일제강점기에 일본놈이 아무리 우리를 보고 일본 사람 되라고 해도 자주 꽃이 피면 자주감자이듯이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 노래가 나오자 아이들은 금방 다음과 같은 후렴을 지어 신명나게 불렀단다.

조선꽃 핀 건 조선감자

파 보나마나 조선감자

왜놈꽃 핀 건 왜놈감자

파 보나마나 왜놈감자

이때의 조선감자는 맛있는 감자를 가리키고 왜놈감자는 그보다 부족한 감자를 가리켰어. 감자는 캐서 그늘에 보관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햇빛을 많이 받게 되지.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색깔도 변하고 맛도 아렸어.

그러니까 이 무렵에는 좋은 것은 우리의 것이고 나쁜 것이나 억지로 해야하는 것은 모두 왜놈 것으로 돌리곤 했어.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 정신을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고…….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광복을 맞이하였고 지금은 세계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 되었단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였고, 외세에 짓눌려 고생을 하였어.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겠구나. 모든 것이 너희들의 손에 달려 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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