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관광개발공사 홍보팀
현존하는 석조(石槽·큰 돌의 속을 파내고 물을 부어 쓰도록 만든 돌수조) 중 가장 조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불국사 경내 석조가 국가 보물로 지정받게 된 데(본지 16일자 7면 보도)에는 그 가치를 알아챈 한 공기업 직원의 끈질긴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강정근(46) 경북관광개발공사 홍보팀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불국사 석조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는데 이는 석조 소유자인 불국사가 보물 지정 신청을 한 것이 아니라 강 팀장 개인이 나서서 이뤄낸 것.
수년 전부터 주말이면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문화유산 해설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강 팀장은 '외부 상부와 중앙부에 돌림띠를 두르고 내부는 연꽃무늬로 장식'된 석조가 간단치 않음을 간파했다. 강 팀장은 그러나 불국사 스님들께 보물로 지정받는 작업을 할 것을 여러 번 건의했으나 큰 반응이 없자 상심했다. 여기에다 1천 년이 넘은 세월을 견뎌온 석조가 '겨우' 관광객들을 위한 음수대로 사용되고 있는 데에 강 팀장은 더욱 속을 끓였다.
이에 그는 자료를 뒤지며 혼자서 연구를 거듭, 가치를 확신한 후 보물 지정을 문화재청에 신청했으나 '소유자가 아니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길을 찾던 그는 2005년 5월 문화재청장 앞으로 민원을 냈다. '보물급 문화재가 불국사에 있으니 문화재청장이 직권상정, 가치를 판단해 달라.'는 것. 이 건의가 받아들여졌고 문화재위원 등 관계자들이 2년 동안 조사해 마침내 지난 15일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단국대 박정식 교수(문화재 전문위원) 등은 "이 석조가 우리나라 석조 중 가장 조형성이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우수하다."고 극찬하며 강 팀장의 예리한 눈썰미를 높이 평가했다.
강 팀장은 "물려받은 문화유산은 잘 보존해서 후대에 그대로 넘겨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라면서 "수조가 보물로 지정되면 관리를 국가가 하는 만큼 영원히 대물림이 가능하다는 데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문화유산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그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현재 경주대 문화재학과 대학원에 나가고 있다. 틈나는 대로 걸망 하나 짊어지고 경주 곳곳에 산재한 유적을 찾아보는 것이 취미다. 경주 인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로 구성돼, 매주 일요일 불국사 경내를 안내해주는 '구품연지회' 소속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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