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내 이름 딴 '소연장학회' 만든 류효준 씨

입력 2007-05-21 10:14:21

"죽음도 나와 아내의 부부 인연을 갈라놓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주 위덕대학교를 찾아 아내 이름을 딴 '소연장학회'를 만들어 6천만 원을 전달한 류효준(67·포항시 북구 청하면) 씨.(본지 19일자 6면 참조)

"비록 아내가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리고 내가 아내 곁으로 간 후에라도 영원히 우리 부부의 인연이 이 땅에 길이 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작은 장학회를 만들었지요."

그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연방 쏟아냈다. "내가 오랜 군생활을 할 때 군인의 아내로서 저를 말없이 뒷바라지한 아내였어요. 고생만 하다가 좀 살 만하니까, 암으로 2년을 또 고생하다 먼저 갔네요."

지난해 7월 아내를 떠나 보낸 류 씨는 "고생만 시키다가 멀리 보냈다."며 여전히 아내를 그리워했다. 류 씨는 아내가 살아만 있다면 하늘의 별도 따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부부의 날인 21일에는 아내의 무덤을 찾아 지난주 만든 장학회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남겨 준 6천만 원을 갖고 장학회를 만들었소. 당신 덕에 생활이 어려운 몇몇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오. 당신에게 약속 하나 하겠소. 더 많은 학생들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금을 마련해 보태겠소."

그와 결혼한 날(7월 27일) 아내가 떠나서일까, 회한이 끝이 없다. "인연치고는 묘한 것 아닙니까?" 류 씨는 아내를 위해 매일 아침저녁 손수 상을 차려 제를 올리고 있다.

"내가 너무 못해 준 것이 한이 돼 1년까지는 모시려고 합니다." 아내 무덤도 웬만하면 매일 찾는다. 아내가 맺은 이 세상 인연들을 주워 담아 아내에게 전해주는 것은 이제 그에게 중요한 일과가 됐다.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 넷을 낳았다는 그. "막내까지 결혼시키고 갔으니 자기 할 일은 다한 셈이지요."

평생을 군에 몸 바친 퇴역 해병대원으로 한때 귀신도 잡았다는 그는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라고 말을 마무리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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