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도/ 청산처럼 아름다운 산이 있고/ 중들 강물처럼 맑은 강물이 흐를까/ 거기 그렇게 예쁜 무지개 뜨면/ 어머니도 어린애처럼 즐거우실까/….'
예배당 종지기는 결국 어머니 곁으로 돌아갔다. '몽실언니' '강아지똥'의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500여 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조탑 광장에서 열렸다. 마지막 임종을 지켰던 김용락 시인이 고인이 평생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시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을 낭독하자 추모객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았다.
고인은 자신의 병구완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다. 집을 나와 유랑을 하며 일생을 혼자 쓸쓸하게 보냈다. 조탑리 시골 교회에서 종지기를 하며 지은 '강아지똥'(1969)은 어머니와 헤어져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자신의 처지였는지도 모른다.
이날 영결식에는 문정현 신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도종환 시인, 정호경 신부, 박제동 화백, 가수 백창우 등이 참석했다. 염무웅(6·15 민족문학인협의회 남측대표) 장례위원장은 "당신의 일생은 가장 소박하고 고귀한 정신의 완성"이라며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부디 안식에 드소서"라고 조사를 낭독했다.
고인은 한편 출판으로 인한 인세를 북녘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굶주린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쓰고 여력이 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해서도 써달라"고 적혀 있었다.
또 시신을 화장해 집 뒷산에 뿌려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인은 자신의 유언대로 3일간 수천 명의 추모객을 맞은 뒤 집 뒤 빌뱅이 언덕에 묻혔다.
최재수·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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