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키 작고 통통한 고등어 복판 동가리-'고복동'

입력 2007-05-19 07:33:49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별명을 붙여놓고 우리끼리 '뒷담화'를 하는 것은 권위에 대한 유쾌한 반기이며 우리끼리의 연대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별명으로는 '탄 감자'. 얼굴이 못생긴 감자처럼 울퉁불퉁한데다(물론 눈도 작으시다) 피부가 유난히 검어 붙여진 영어선생님의 별명이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법한 '고복동'. 우리 학교엔 두 분의 '고복동'이 계셨다. '고등어 복판 동가리'와 '고래 복판 동가리'. 지금 생각해보면 좀 잔인한 별명이긴 하지만 그래도 만화 주인공 캐릭터와 같은 친근한 별명이었다. '고등어 복판 동가리' 선생님은 키가 작고 통통하신 한문 선생님이셨던 걸로 기억된다. '고래 복판 동가리' 선생님은 덩치가 산만한, 거구의 국어선생님이시다. 평소엔 인자하고 재미있었지만 일단 화가 나면 불같이 무서운 분이라 모두 두려워했던 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수학 선생님 '빠꼼이'. 이분은 키가 작으셨다. 키가 작아 복도를 걸어가시다가 교실을 들여다보시면 '빠꼼히' 엿보는 것 같다. 덕분에 학생들 몰래 혼잡스런 교실을 급습하기엔 안성맞춤이셨다. 이 선생님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겉으로는 무서운 척 무게를 잡으시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귀여운 느낌이랄까. 눈이 참 예뻤던 이 남자 선생님은 은근한 유머와 재치를 갖추고 계셔서 지루한 수학시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후배들은 여전히 '탄 감자','빠꼼이', '고복동' 선생님들과 지지고 볶으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겠지. 생각해보면 어두운 긴 터널 같던 그 시절을 웃으며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선생님들이 함께 계셔서였던 것 같다.

우은영(대구 수성구 범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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