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고민 지우개] 신세대 며느리, 나무랄 게 있어도 조심스러워

입력 2007-05-17 17:03:36

*고민있어요

아들의 결혼으로 새 식구를 맞아 들였습니다. 어느새 장성하여 제식구를 건사하게 된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는 나와는 멀어진 듯해서 섭섭하고 허전합니다. 아들과 거리두는 연습을 해야하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신세대인 며느리에게 지적할 일이 있어도 조심스러워 표현을 잘 안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가며 금지옥엽으로 키우신 아드님을 새로운 둥지로 떠나 보내고 많이 허전하신가 봅니다. 예전의 며느리 입장일 때를 돌이켜 당시의 시집살이와 비교하면 요즘은 참 많이도 변했지요? 그 좋던 시절에 시어머니 노릇 못 해보고, 이 좋은 시절에 며느리 입장 못 되는 억울(?)한 심정이기도 하겠지만,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세월을 돌릴 수도 없거니와 돌린들 입장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또 불거지테니 그럴바엔 차라리 현명한 시어머니가 되는 연습은 어떨까요?

고부관계는 혼인에 의해 맺어지는 관계입니다. 결혼으로 인해 남남이던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고, '내 아들'인 동시에 며느리 입장에선 '내 남편'인 한 남자를 매개로 형성되는 관계이므로 가족관계 내에서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지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부갈등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어머니와 남편을 독점하려는 아내의 힘겨루기가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한걸음 물러나서 냉정히 생각을 해 보면, 비록 내 속으로 낳은 내 아들이라 할 지라도 평생을 옆에 두고 소유할 수 있을까요? 새들도 알에서 부화된 후에 부모의 돌봄을 받다가 때가 되면 둥지를 벗어나듯이, 자식도 마찬가지지요. 자녀도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떠나야 하지만, 부모도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자녀의 혼인 후에는 부모는 한걸음 물러나 그들을 지켜보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지요.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라고 다소 서운함이 있을지라도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합니다. 자식의 행복은 모든 어머니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고부간의 불편함은 당사자들도 속상하지만 그보다 더 괴롭고 힘든 사람이 누구일까요? 바로 어머니와 아내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드님이시죠.

'아랫목에서 들으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윗목에서 들으면 며느리 말이 맞다'는 옛말이 있지요.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개인주의가 발달된 사회에서 성장한 까닭에 가치관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고, 인정해야 합니다. 며느리는 내아들을 앗아간 존재가 아니라 나를 대신해서 그를 지켜주고, 아들을 향한 돌봄의 짐을 덜어준, 나 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아껴줄 단 하나의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마냥 어른이 참아야하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기 때문에 언어적/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섭섭하고 불편한 점이 있다면 맘속에 쌓지 말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로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세요. 칭찬과 격려를 먼저 앞세운 후에 나의 바람을 전한다면 더 효과적이겠지요. 효자는 좋은 부모가 만들고, 좋은 시어머니가 효부를 만든다는 말, 참, 의미심장하죠? 멋쟁이 시어머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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