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기] 한윤조 기자 "하늘을 날다"

입력 2007-05-17 16:43:09

평소 하늘을 날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한기자. 드디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방타워랜드에 123m 높이의 '스카이점프'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괜찮겠어?"라는 주위의 걱정에 "사람이 한 번 죽지 두번 죽겠어요."라고 가볍게 응수하고 우방랜드로 향했다.

'스카이점프'가 설치된 곳은 우방타워 77층 전망대. 이 곳에서 점프를 하면 지상 4층에서 착지하게 돼 있다. 일단 안내를 받아 착지점 부터 돌아봤다.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양 옆으로는 굵은 와이어가 점프지점부터 시작돼 연결돼 있었다. "흠,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안전하겠군." 일단 안심이 됐다. 적어도 이탈할 염려는 없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점프대로 올라갔다. 우방타워(전체 202m)에서 철탑 높이 49m를 제외한 탑신 153m(83층)중 123m(77층)에 해당하는 지점이다. 그 곳에서는 앞 팀이 낙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주복처럼 생긴 파란색의 특수복을 입고, 각종 안전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기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특수복을 입는 것은 떨어질 때 각종 소지품이나 옷자락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

123m 높이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모습은 까마득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내색은 못했지만 "과연 뛰어내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을 즈음 드디어 내 차례.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기고 내심 씩씩하게 문 밖으로 발을 내 딛자 갑자기 점프마스터가 내 발걸음을 제지했다. "안전장치를 연결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혹시나 갑자기 몸을 날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날지도 모르잖아요. 하하~." 점프대 밖으로 나갈 때는 그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점프마스터들 조차도 만약을 대비해 로프를 연결해야만 한다고 했다.

벼랑끝에 선 기분. 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고, 우방랜드 공원 풍경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자 뛰어내리고 싶은 욕구가 한껏 차 올랐다. "그래, 날 수 있을거야."

안전을 위해 걸어놓았던 로프를 빼고는 와이어와 연결하는 두개의 연결고리를 채웠다. 점프마스터들이 서로 사인을 주고 받아가며 안전상태를 최종점검하고 점프대 끝에 줄을 잡고 섰다. 멀리 두류공원 연못의 모습과 푸르름이 짙어가는 녹색의 공원 풍경이 너무나도 눈 부셔 마치 뛰어내리면 폭신한 이불처럼 나를 감싸줄 것만 같았다.

"3, 2, 1, 점프!" 점프마스터의 사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가볍게 '폴짝' 하는 느낌으로 허공에 두 발을 내 딛었다. 잠시 뭔가가 정지된 느낌. 사실, 그 순간은 두려움에 아무 느낌이 없었나보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되찾자 바람이 내 몸을 휘감았다. 두 팔을 폈다. "날아!날아!"

순식간에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낙하시간은 고작 7초. 낙하지점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볍게 땅에 착지할 수 있었다. 허무함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결국 이날 사진 촬영을 핑계로 두 번을 점프했다. 두 번째 점프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었다. 한 번 경험을 해 보고나니 조금 전 잠시나마 가슴이 뛰었던 사실마저 부끄러울 정도로 재미있는 놀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점프마스터의 마지막 한 마디가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근데 아가씨는 왜 엉덩이를 잡고 뛰어요?"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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