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대해부] ①반복되는 파업위기

입력 2007-05-17 11:19:09

해마다 불안, 市가 먼저 나서라

대구 시내버스가 '계속' 불안하다. 해마다 파업 문제로 시달려야 하고, 불합리한 버스 노선 및 불친절하고 난폭한 버스 운행 행태 등 시민 불편도 여전하다.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뒷전인데 반해 운영 및 관리상 문제로 추가 부담 등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진통 끝에 탄생한 준공영제 시행 뒤에도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버스 운영, 노사협상 등은 더욱 꼬여버려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아직 '희망사항'으로만 남아 있는 셈이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해결되리라던 대구시내버스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거듭되는 시내버스 파업 예고와 타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더욱 꼬여버린 노사정=지난해 2월 준공영제 시행 이후 대구 시내버스 노사 협상은 해마다 똑같은 순서를 되풀이하고 있다. 소득없는 노사 협상이 수차례 거듭되다 파업이 예고되고 그 뒤 기다렸다는 듯 대구시의 중재안이 나와 밤샘 마라톤 협상 진통 끝에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 파업 위기에서 벗어나는 식이다.

이는 준공영제의 시행으로 대구시가 시내버스 운송수입금의 관리와 경영, 노선 운영을 맡고 임금을 포함한 운송원가를 보전해 주면서 임금 협상의 주도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교섭권이 없는 시가 사실상 '사용자' 입장으로 바뀌면서 노사 협상은 '노-사' 대립이 아닌 '사-정' 혹은 '노·사-정' 구도가 됐고, 이에 따라 노사협상은 시가 임금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 전까지는 공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임금 교섭에서 시는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닌 '퇴직금 자연증가분'의 부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강한 압박을 노사 양측으로부터 받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사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버스 조합 측의 요구와 파업을 무기로 이를 종용하는 노조 측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던 것.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임금협상에 나서면서 시에 대해 사용자 여부문제를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공문을 수차례나 보내기도 했다. 대구시는 "시는 조정자 입장일 뿐 노사 협상의 당사자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임금인상률은 시가 제시한 협상안에 따라 타결됐다.

경북 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준공영제 틀 안에서 시가 사실상 사용자나 다름없지만 협상 대상자로 전면에 나설 경우 '노-정' 대결이 장기화될 수 있고 법적으로도 모호한 입장"이라며 "시의 개입 한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대구시=대구시의 무책임한 정책 결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진통 끝에 대구시는 퇴직금 자연증가분을 운송원가로 인정하기로 노사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올해는 이 합의를 번복했다. 지난해 입회인 자격으로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시 고위 간부는 "운송원가의 반영 여부는 버스개혁시민위원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반영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의하되, 자연증가분을 운송원가에 포함시키는 원칙을 세워주겠다."고 구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약속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백지'가 됐다. 16일 열린 지노위 특별조정회의에서 운송원가 결정권을 쥔 버스개혁시민위원회의 관계자가 "시민의 반발과 재정상의 이유 때문에 운송원가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다만 적정이윤 폭을 조정, 자연증가분을 일부 보전해 줄 수는 있다."고 밝혔던 것. 이에 반발한 사용자 측은 원가 반영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조정회의는 노사협상 대상도 아닌 퇴직금 문제로 공방을 벌여야 했다. 대구 버스조합 모 이사는 "시 교통국장 자리는 수명이 짧기로 유명하다."며 "매년 바뀐 사람과 새롭게 논의를 해야한다면 어떻게 시를 믿고 교섭에 나설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남은 과제=올해 시내버스 임단협은 끝이 났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올해 적정이윤을 상향 조정, 퇴직금 자연상승분을 보전토록 해주면서 내년부터 당장 임금인상에 따른 적정이윤의 총액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 결국 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부담이 훨씬 커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표준운송원가로 지원하는 유류비가 비현실적이라는 업계의 불만이 크지만 차량 연비 측정이 쉽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준공영제 이전에 누적된 퇴직금 570억 원 중 80여억 원만이 적립된 상태이고 지난해 임금 상승에 따른 퇴직금 자연상승분 62억 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또다시 업계에서 시의 지원을 요구할 경우 내년에도 적정이윤 문제와 함께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우려가 큰 상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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