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최초의 문자로 기록된 문서는 세금장부였다. 독일 고고학연구소는 1983년 이집트 남부 아비도스에 있는 한 고분에서 기원전 3천여년에 만들어진 수백 점의 점토판을 발굴했다. 거기에 새겨진 문자들은 대부분 왕에게 세금으로 바칠 物目(물목)의 수와 납세자의 이름들이었다.
백성들에게 세금과 세리는 공포였다. 기원전 3천 년 고대 수메르인들은 설형문자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거기에는 "주인도 있고 왕도 있지만 그들보다 더 두려운 사람은 稅吏(세리)다"는 말도 있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벤저민 플랭클린)이란 경구는 그 근대적 버전이다.
詩經(시경) 魏風(위풍)에는 碩鼠(석서)라는 시가 나온다. 세금이 없는 행복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내용이다. 碩鼠碩鼠, 無食我黍(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 먹지마라)/三歲貫女, 莫我肯顧(오랫동안 너를 모셨건만 너는 나를 돌보지 않는구나)/逝將去女, 適彼樂土(장차 너를 떠나 낙토로 가리라)…. 큰 쥐는 넓게는 가혹한 정치, 좁게는 세리를 지칭한다.
세정이 가혹한 것만은 아니었다. 시저는 갈리아를 정복한 뒤 정복민들에게 가벼운 세금을 매겼다. 갈리아인들의 반란을 막고 평화로운 정복을 위해서였다. 로마문명의 난숙기를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세제를 단순화해 총독들의 압제와 세금징수업자들의 횡포를 차단했다. 그러나 폭군 네로는 사치와 방종에 필요한 재원을 위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고, 세금반란이 이어지면서 로마는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
가벼운 세금의 긍정적 효과는 현대도 예외가 아니다. 대공황 이전의 미국의 장기 호황은 1920년대의 세금인하에 따른 것이었다. 1960년대의 호황 역시 케네디 대통령의 세금인하가 가져왔으며,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의 장기호황도 대폭적인 세금인하의 결과였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올 1분기중 전국가구의 세금증가율이 17.5%로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5.8%)의 3배나 된다고 하니 '세금폭탄'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세금은 오리에게서 소리 안나게 털을 뽑는 것"이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납세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징세의 요체라는 것이다. 소득증가율의 3배에 달하는 세금증가율은 생으로 오리털을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의 오리들은 비명을 지르며 털을 뽑히고 있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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