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규슈 후쿠오카를 다녀왔다. 여러 곳이 인상 깊었지만 다자이후시 덴만구(天滿宮)를 둘러보며 대구가 어떻게 하면 국제적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까를 곱씹어보게 됐다.
덴만구는 일본인들이 '학문의 신'으로 떠받드는 스가와라미치자네(菅原道進)의 신사다. 10세기 초 중앙정부의 고위직에서 다자이후 관리로 좌천된 스가와라는 2년을 다자이후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 위에 세워진 것이 바로 덴만구다.
다자이후와 스가와라가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죽기 전 2년 동안에 불과하지만 덴만구는 이제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관광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 덴만구 신사들의 총 본산 역할을 맡고 있고,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이니만큼 수험 시즌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입시철이면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팔공산 갓바위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덴만구에서는 牛(소) 동상과 飛梅(비매)가 눈길을 끌었다. 스가와라의 시신을 옮기던 소가 지금의 덴만구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아 할 수 없이 그곳에 묘를 만들었고, 그 후에 덴만구를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거기에서 연유해 소 동상을 입구에 만들어 놓았다. 소로 만든 동상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어 소를 만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비매는 교토(京都) 스가와라의 집에 있던 매화가 '주인이 그리워' 수천 리 떨어진 다자이후까지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장황하게 덴만구 이야기를 한 것은 별것 아니게 여겨질 수 있는 장소나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전설까지 끌어들여 국제적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지혜를 눈여겨보자는 뜻에서다. 사람들은 옛날 이야기나 전설에서 흥미를 느낀다. 이 같은 심리를 잘 활용해 잊힐 수도 있는 역사 속 인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끄집어내 관광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 바로 덴만구다.
얼마 전 대구를 찾은 지인들과 함께 중구 진골목 한 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진골목을 같이 걸으며 이상화 시인과 소설가 김원일 선생 등이 걸었던 골목이라고 소개하자 그들은 "아! 그렇습니까?"라며 탄성을 터뜨렸다. 세계적 기업 삼성의 모태인 대구 중구 삼성상회 터에서 감회에 젖는 외국인들도 많다. 요란스레 관광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광객들에게 흥미를 줄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아 관광지로 만드는 것도 관광도시 대구를 위한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대현 스포츠생활부 차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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