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갈릴리湖(호)는 호수라기보다 바다처럼 아득히 넓어 보인다. 2천 년 전 이곳을 중심으로 복음사역을 펼쳤던 예수와 열두 제자들의 목소리가 호수를 스치는 바람결에 실려올 것만 같은 곳이다. 이곳의 명물 '베드로 고기' 튀김은 성지순례객이나 여행객들에게 인기 높다.
갈릴리호수의 물은 북쪽의 헤르몬산이 발원지다. 호수를 채운 물의 일부는 다시 요르단강을 따라 死海(사해)로 흘러들어간다. 지중해보다 무려 398m나 낮은 위치다. 한 번 들어온 물은 빠져나갈 길이 없다. 게다가 요르단 계곡의 뜨거운 기후는 끊임없이 물을 증발시켜 사해의 25% 정도는 염도가 일반 바다의 5배가 넘을 만큼 짜다 못해 쓰다. '鹽海(염해)'니 '죽음의 바다' 등으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사해는 이름과는 달리 사람들의 삶에 많은 유익을 끼친다. 짜디짠 물은 피부병 치료에 특효가 있고, 진흙은 피부 미용을 위한 각종 머드 제품으로 상품화돼 전 세계로 팔려나간다. 또한 비누와 비료의 원료가 되는 포타슘의 매장량이 전 세계가 100년간 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하다고 한다. 산소의 양은 지중해보다 15%나 더 많다. 이런 묘한 매력들이 전 세계로부터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그런데 사해가 급속히 죽어가는 모양이다. 지난 24년간 매년 1m씩 수위가 낮아져 이대로라면 오는 2050년경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라는 거다. 사해로 이어지는 요르단강의 물을 주변 국가들이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는 양이 급증하면서 수량이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국제사회의 '사해 살리기' 노력이 가시화되면서 '紅海(홍해) 사해 평화 水路(수로) 계획'이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홍해에서 내륙 쪽으로 작은 운하를 건설하고, 운하를 따라 180㎞ 길이의 급수 파이프 설치 및 400m 낙차 이용 수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사해에 물을 댄다는 계획이다.
홍수나 지진 문제,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우려의 소리도 있지만 최근 세계은행(IBRD)이 이 계획의 타당성 검토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해 현실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세계 각국에서 말라 죽어가는 호수가 한둘이 아니다. 사해 살리기가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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