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여론조사가 그리 두렵소?

입력 2007-05-14 10:54:11

▲ 김정길 명예주필
▲ 김정길 명예주필

국솥의 국물이 어느만큼 짠지 알고 싶을 때 솥 안의 국을 다 마셔볼 필요는 없다. 한 국자만 떠서 맛을 보면 대충 국 전체의 짠맛 정도를 알 수 있듯이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4천만 국민 전부에게 다 물어볼 필요 없이 1천 명 정도만 표집해서 대충 몇%가 누구를 지지하고 몇%는 누구를 좋아한다는 통계치를 낸다. 그게 여론조사다. 그런 다소의 오류를 지닌 여론조사지만 한나라당 경선 '룰'(67% 적용논란)은 영향을 끼친다. 양 캠프가 '양보 없다'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열린 시각도 가져야 한다. 여론심리 연구가들은 여론조사 公表(공표)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양캠프가 유의해 볼 만한 효과이론 중에 밴드왜건효과(Band wagon effect)와 언더독 효과(Under dog effect)를 한 번 더 예 들어 보자.

밴드왜건은 서커스를 광고하는 밴드(악대)가 군중을 몰고 다니는 것처럼 군중(유권자)은 이왕이면 지지도가 높은 우세한 승자 편에 서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는 논리다.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논리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는 마루 밑에 기죽어 움츠리고 있는 개(Dog)처럼 약한자를 동정하는 경향에 의해 여론조사 지지도가 낮은 후보 쪽을 더 지지해주게 된다는 논리다. 현재로는 박근혜 후보 쪽에 유리한 논리다. 이때 후보 간의 지지도 차이가 크게 나 있으면 약한 후보에 대한 지지도 상승현상(언더독 현상)이 나타나고 여론 지지도의 격차가 별 차이 없을 때는 밴드왜건 현상(우세후보 지지율 상승)이 나타난다고 한다.

朴(박) 캠프는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도는 낮지만 뒤로 늦춰 놓은 경선시기까지 갈 동안에 언더독 현상 덕을 보며 지지도를 끌어올릴 여지가 남아있고 李(이) 캠프는 너무 많이 앞서도 꼭 유익한 게 아니란 얘기가 된다. 거기다 변덕 심한 선거 여론조사엔 오류도 있게 마련이다.

100년 전부터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시행한 미국만 해도 오류는 많았다. 1948년 갤럽과 로퍼 여론조사기관은 듀이 후보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15%나 뒤져있다던 트루먼 대통령의 승리였다. 1992년 선두주자에게 뒤지고 있던 클린턴이 부시를 누르고 승리한 경우도 그렇다. 당시 LA타임스는 여론조사결과 부시 48%, 클린턴 46%로 보도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부시가 앞서고 있다'거나 '1위'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표집오차가 ±3%였기 때문이다. 표본오차 범위가 ±3%면 48%인 부시의 지지율은 최저 45%에서 51%로 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클린턴 역시 46%가 실제 43%에서 49%까지 ±변화될 수 있다는 의미고 결국 거꾸로 부시 45%, 클린턴 49%가 돼 8%P 차로 부시가 이기거나 4%P 차로 클린턴의 역전승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여론조사 2위였던 클린턴이 당선됐다.

여론조사의 오류와 표집오차, 표심의 부동을 따져보면 여름날 뭉게구름같이 변하는 여론 지지율 적용조건에 당의 命運(명운)을 걸다시피 싸울 것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양 캠프가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적어도 나라를 이끌 지도자라면 작은 싸움에서부터 쉽게 이기려 들지 말아야 한다. 불리한 조건에서 거둔 승리는 더 큰 싸움에서의 승리를 안겨다 준다. 좋은 조건 아래 쉽게 이기려 드는 샅바싸움 같은 모습에서 또 한번 野性(야성) 없는 웰빙당을 본다.

큰 싸움에서 룰의 원칙은 조건이 불리해도 싸워야할 싸움은 당당히 싸우는 것이 원칙이다. 무엇이 두려워 양보를 않겠다는 것인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여론조사 1위란 숫자가 아까워서? 또 한쪽은 지금의 지지율로는 계산이 안 나오니까? 큰 장사꾼은 주판알로 셈을 하지 않는다. 가슴으로 큰 商道(상도)를 따른다. 큰 정치가라면 治道(치도)를 보여라. 여론조사가 뭐기에 그토록 집착하고 두려워하는가. 두 사람이 바보들인지 대통령감인지 지금 경선 다툼만 놓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아마도 80%는 '바보다'로 나올지 모르겠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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