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사람들)농협 예천군지부 김인숙 과장

입력 2007-05-14 07:15:03

시골 어르신들 '금융업무' 수발…'친절한 인숙씨'

시골 마을 금융기관 직원들은 괴롭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노인들이어서 비밀번호도 모른 채 출금을 해달라는 요구가 다반사. 아예 글자를 모르는 노인들도 적잖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농협 경북지역본부 예천군지부가 이달 '친절서비스컨설팅'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친절 예천군지부'를 만든 1등 공신은 김인숙(43·여) 과장. 이번 컨설팅에서 최우수직원으로 뽑힌 그는 예천은 물론, 직전 근무지였던 영주에서도 '친절한 인숙 씨'로 통한다.

"어르신들이 들어오시면 은행 업무 관련 서류에 이름만 쓰도록 합니다. 물론 나머지는 제가 해야죠. 서류를 작성하는데 너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제가 해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창구직원 입장에서는 귀찮고, 힘이 들죠. 그렇지만 고객이 왕이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친절하기 위해 김 과장이 치러야할 비용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다. 모든 '업무 수발'을 다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이 해야한다. 특히 농촌 마을 노인들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소한 얘기까지 모두 들어줘야 한다.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물론, 그 얘기를 기억도 해 둬야 합니다. 다음에 오셨을 때 그때 얘기를 화제로 꺼내 말을 건네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손님 표정이 환해집니다. 그때부터는 은행 직원과 고객이 아닌, 가족 같은 분위기가 시작됩니다."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친절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예천군에서 그는 혼자서 예금 75억 원을 유치했고, 공제(보험상품)도 28억 원 상당을 계약했다. 신용카드를 쓰기 어려운 농촌지역에서 그는 하루 평균 1장꼴로 신용카드도 발급해주고 있다.

"은행 직원이 친절하다고 눈 딱 감고 아무 금융상품이나 가입하는 분은 없겠죠. 저는 펀드 등 신상품이 나오면 제가 직접 가입을 해봅니다. 제 월급을 쪼개야해 살림에는 조금 주름이 가지만 그래야 손님들에게 이 상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죠."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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