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에 배움 뜻 꺾여선 안되죠"…사랑 나눔 행렬 동참해 주시길
"대구에서 그래도 여유가 좀 있다는 기업이나 단체, 모임에는 거의 빼놓지 않고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바자회, 음악회, 나눔장터, 건강박람회 등 사람들을 모아 뜻을 전하고 동참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안 해본 게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지난달 30일 사랑나눔 행사를 시작으로 2007년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의 돛을 올린 신상철 대구시 교육감. 2004년에 처음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을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행사나 일정 도중에 짬이 생길 때마다 '나누는 사랑의 기쁨'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성금을 전해오는 손길이 있다고 하면 직접 가서 맞는다. 아픈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교육감에 취임하고 처음에는 난치병 학생의 사연이 들리면 병상이나 가정을 찾아가 30만~5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약이 있고, 좋은 주사가 있어도 돈이 없어 한숨만 쉴 뿐이라는 부모들의 말에 돌아서서 눈물을 흘린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돈 때문에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교육감의 결심만으로 성공이 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은 2001년 경북 교육청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서울, 경기 등으로 전파됐지만 경북을 제외한 다른 시·도에서는 1억 원도 모으기 힘들어 중도에 유야무야됐던 것.
"교육청 전체가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난치병이라는 게 하루 이틀에 해결되지 않는 만큼 내 아이 일처럼 나서야 성과가 생긴다고 모두를 독려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교육가족들과 기관단체, 시민들이 온정을 보태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첫해에 모인 성금이 무려 22억여 원. 최악이었던 당시 대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대기업의 뭉칫돈 후원이 없었는데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60억 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데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설명이 가장 잘 어울린다. 신 교육감은 그래서 어디에 가든 '대구가 경제는 전국 최하위라도 인정은 전국 최고'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현재 대구의 난치병 학생은 344명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20명이 난치병 학생 돕기를 통해 완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지원해야 할 학생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게 문제. 의료기술의 발달보다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질병의 확산이 더 빠른 것일까. 해마다 20~30명씩 추가로 보고된다.
신 교육감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도 끝내 계속해야 할 운동이라고 못 박았다. "2004년에 백혈병에 걸린 한 초등학생이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다른 난치병 학생들을 더 많이 도와달라고 호소한 문구가 지금도 기억 속에 또렷합니다."
성금을 전해오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도 운동을 중단해서는 안 될 이유가 된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용돈을 아껴 저축한 통장을 기탁하겠다고 제 방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자주 있습니다. 참으로 기특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난치병 학생 돕기가 일시적인 모금 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평소 남을 배려하고 정성을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씨를 기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겠지요."
그는 올해 진행되는 성금 모금 행사를 좀 더 자세히 시민들에게 소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시민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일이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5월 중에 학교마다 성금 모금이 계속되고 사랑의 ARS 060-700-0050도 운영됩니다. 12일에는 나눔장터가 열리고, 학교 단위로 바자회를 개최하는 곳도 많습니다. 큰돈이 아니라도 됩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환전되지 않는 소액 외화도 따로 모으고 있습니다."
신 교육감은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이 우리 사회에 꿈과 희망을 심고 키우는 운동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운동에 동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것. "난치병 학생 모두가 건강을 회복해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표정에도 행복이 묻어나는 듯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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