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네로의 비밀, 티투스의 승부수

입력 2007-05-12 16:27:46

막스 갈로 지음/이재형 옮김/예담 펴냄

로마 제국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계인의 삶 속에 녹아 있다. 특히 로마 문명은 칼날의 양면처럼 우리를 매혹시킨다. 극도로 세련되고, 기술적으로도 앞섰지만 한편으로 역사에 남을 만큼 사악한 야만행위를 저지른 사회였다.

또 하나의 로마시대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의 이야기꾼은 프랑스의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막스 갈로이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된 '막스 갈로의 로마인물 소설'은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인 중에서 흥미로운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1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고대역사를 통틀어 가장 걸출한 인물이다. 위대한 장군이자 고결한 인간이며 고대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대표다.' 마르크스가 엥겔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찬양한 문구다.

스파르타쿠스는 로마의 속국 트라키아 출신의 검투사다. 기원전 73년부터 71년까지 로마 공화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노예 장군이다. 로마 시민은 노예를 '말할 수 있는 짐승'으로 여겼다. 자유는 죽음과 같은 이름이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들에게 들불을 지핀 것이 스파르타쿠스다. 검투사 양성소를 탈출한 스파르타쿠스는 동료 검투사와 함께 베수비오 산을 근거지로 로마 병사와 싸웠고, 순식간에 수만 명의 노예가 그들과 합류했다.

그러나 노예들의 반란은 애초부터 패배를 위한 전쟁이었다. 스스로 쟁취한 자유에 도취해 분열됐고, 결국 10개 로마군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기억되는 사람은 죽지 않는 법이다. 요즘도 영화와 연극, 책, 음악, 발레 등 수많은 문화상품으로 살아나고 있다.

2권 네로의 비밀

네로 황제의 이야기는 네로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옆에서 지켜본 세레누스라는 인물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세레누스는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의 제자이자 친구이다.

네로는 시와 음악을 사랑한 탐미적인 광인이었다. 황제로서 지켜야 할 위엄을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한다면 전차 경주대회에 나가고, 분장을 하고 연기도 했다. 사악하며 오만하고, 잔인한 성격의 권력자였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니와 동생, 아내를 죽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방법으로 기독교도들을 박해했다.

그러나 그는 평민들에게 관대했다. 축제와 경기를 개최하고 돈과 곡식을 나눠줬다. 평민을 매혹시킬 수 있는 대중정치 선동가다. 네로의 면모는 로마시대 황제가 누린 권력의 의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례다.

3권 티투스의 승부수

3권에서는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로 황제의 통치 말기. 후에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황제의 명을 받아 로마제국에 반기를 든 유대의 반란을 진압하러 떠난다. 아들 티투스도 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협곡으로 둘러싸인 암벽 위에 세워진 성채. 그리고 필사적으로 항전하는 유대인들을 굴복시키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신들은 로마의 편에 있었다.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유대의 도시들은 하나 둘 로마의 발에 짓밟히고, 저항이 거셌던 만큼 잔혹한 보복을 당한다.

전 5권 중 3권만 우선 출간됐다. 4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콘스탄티누스'는 곧 출간될 예정이다.

로마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단순한 역사의 한 사건이 아니라, 시대를 읽는 거대한 흐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90권 이상의 저서를 펴낸 대작가이자 프랑스 최고의 이야기꾼이 펼쳐내는 로마 이야기는 생동감 넘치는 소설적 즐거움 뿐 아니라, 고대 로마사를 쉽게 이해하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다. 1권 2권 400쪽, 3권 328쪽. 각권 9천800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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