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주택의 80% 장악…원룸 뺀 순수단독 고작 11%
'단독 주택이 사라지고 있다.'
90년대 이후 경제적 가치 상승과 함께 편리함을 동반한 아파트가 주거의 '보통 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단독주택이 빠른 속도로 도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 주거형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던 '단독 주택'은 이제 2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아파트 재개발로 대구 지역 내에서 단독 주택 3천여 가구가 멸실 신고를 했지만 신축 신고는 1천 건에 불과했다.
주택업계에서는 '아파트'로만 몰리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10년 이내 단독주택의 수가 10% 이하로 줄어들고 말 그대로 '아파트 공화국'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독 주택 얼마나 사라졌나.
"건축 사무소를 연 지 10년이 넘었지만 단독 주택 설계를 한 건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정건사 대표 최명환 건축사는 '50대 이하의 대다수 건축사들은 도심지 주택 설계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 1월 기준으로 대구 지역 내 주택 수는 60만 3천 호.
단독 주택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통계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재산세 부과 기준으로 볼 때 단독 주택은 11만 6천 호 정도로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다.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 주택은 44만 호며 나머지는 상가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단독 주택에서 2, 3층을 원룸이나 빌라 형태로 꾸민 다가구 주택을 제외하고 단독 세대 거주의 순수 단독을 따지면 '수'는 더욱 줄어든다. 대구 전체에서 '순수 단독'은 6만 8천여 채로 불과 11%다.
그나마 11%를 유지하는 것은 남구와 중구, 서구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본격적인 주거 단지 조성이 이뤄진 달서구와 수성구에서 차지하는 '순수 단독'의 비율은 거의 멸종 수준.
14만 가구가 있는 달서구는 2천500채, 11만 가구가 있는 수성구는 6천500여 채로 전체 주택에서 비율이 각각 1.7%와 5.9%를 차지한다.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지난해 대구시가 발표한 도심 정비계획에 따라 270여 개의 낙후 주거지가 2012년까지 정비를 마치고 나면 살아남는 '단독'은 거의 '유적'이 될 전망이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정비 구역의 70% 이상이 단독 주택 주거지로 남구·중구·서구 지역 등지에 밀집돼 있다,"며 "도심 정비가 진행된다면 전체 단독 주택 수는 10년 이내로 10%대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독 왜 몰락했나.
단독 주택이 사라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주거의 불편함과 경제적 가치 하락이다.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재개발지 투자용을 빼고 주거 목적으로 단독을 사려는 고객은 찾아 볼 수가 없다."며 "냉난방, 방범, 주차 문제 등 주택에 살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단독'의 결정적 몰락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만 지을 수 있는 1종 주거지의 단독 주택 가격은 대지와 건물 가격을 포함해도 300만~400만 원 수준. 대지 지분이 거의 없는 아파트 분양가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전세가는 더욱 떨어진다. 이성희 소장은 "수성구에서 대지 70평에 방 3개와 정원이 딸린 주택 전세 가격은 5천~6천만 원 수준으로 전용면적으로 치면 아파트의 30% 수준"이라며 "그래도 노인이나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세대를 제외하면 단독 전세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고 했다.
투자 가치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데다 생활의 불편함까지 겹치면서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
또 IMF 이후 두 배 이상 오른 '기름값' 탓에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들은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년 전 단독으로 이사 온 이모(43) 씨는 "한겨울에 내복과 양말을 신고 방에는 전기 장판을 깔아도 최소 기름값이 20만 원을 넘는다."며 "아파트처럼 살려면 50만 원은 족히 들 것"이라고 했다.
◆단독주택 추억으로 밀릴까.
단독의 미래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예전처럼 '부활'은 어렵겠지만 일부에서는 소득 향상에 따라 '단독'이 되살아 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톨릭대 건축학부 최동호 교수는 "우리나라만 유별나게 아파트를 찾고 있다."며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도 땅이 좁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단독을 선호하며 당연히 집의 개념은 '단독주택'으로 지칭된다."고 밝혔다.
또 최 교수는 "개인주의 경향과 재산 가치, 획일성을 추구하는 한국식 문화가 현재 같은 아파트 공화국을 만들었다."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남보다 차별화된 우월 의식을 느끼려는 욕구와 맞물리면서 초고층 주상복합이 원래의 기능과 무관하게 들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선진국 어디를 가든지 고소득 층으로 올라 갈수록 획일화된 공동주택보다는 단독 주택을 선호하며 대도시에는 고급 단독촌이 반드시 존재한다.
또 '집'에서 '투자'의 요소가 사라지면 경제적 가치로 볼 때 아파트보다는 '단독'이 앞선다.
최명환 건축사는 "평당 300만 원 정도를 투자하면 좋은 단독을 지을 수 있다."며 "수성구 60평형대 분양가격이 8억에 가깝지만 땅값을 고려하더라도 4억~5억 정도면 정원을 가진 60평형대 아파트 전용면적을 넘는 주택을 장만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 소장은 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단독의 개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고 워낙 짓지 않아 시공능력이 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지지만 제대로 집을 짓고 도시가스 등을 사용한다면 단독 주택의 단점을 거의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대경의 최동욱 대표도 "서울만 하더라도 재력을 가진 이들은 아직 단독에 거주하고 있으며 최근 타운하우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주택이 부활하는 추세"라며 "대구 지역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개성을 살린 단독 주택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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