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시식 행사로 대구, 서울 등 각지를 돌았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공짜로 먹으라 해도 안 먹어요. 아예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니 말이 아니었지요."
구정물에서 자라고, 거머리까지 붙어 있어 먹어서는 안 될 혐오 야채라는 인상이 강했던 미나리를 전국에 알리고, 소비자들이 날 것으로 먹게 만든 일등공신인 청도 한재미나리작목회.
박이준(57) 회장은 1995년 처음 한재미나리 홍보에 나섰을 때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수년간에 걸쳐 공을 들인 결과 이제는 '청정 미나리'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았고 물량이 달려 못 팔 지경이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청도역을 지나 밀양 방면 25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유호검문소 옆에 '무농약 농산물 재배단지'라는 입간판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한재마을. 청도읍 평양1·2리, 음지리, 상리 등 4개 마을을 끼고 있다. 친환경 인증 무농약 농산물 재배지역으로, 전체 재배농가는 120여 호. 이중 작목회 소속은 110농가다.
온상미나리가 나오는 3월에서 5월까지는 주말에는 차량 교행이 힘들 정도. 덩달아 농가들도 일손 놀릴 틈 없이 바빠진다.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250여 개 지하 관정에서 끌어올린 맑은 물에 정성을 보태 키운 청정 미나리이기 때문이다. 이곳 미나리는 밤에는 물에 가둬뒀다 낮에는 물을 빼내 햇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다. 특유의 상큼한 향이 살아있는데다 비타민 함량이 풍부하고 해독작용 또한 뛰어난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한재미나리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 비법은 작목회를 통한 꾸준한 품질 및 브랜드 관리다.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치는 선별작업이다보니 품질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우려를 씻기 위한 조치다. 특히 일부 농가의 선별작업 불량으로 전체 농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동일한 품질 관리와 규격화가 관건. 작목반원들은 회의 때마다 상품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현재 산지 판매가 7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는 점도 한재미나리만의 덕목이다. 더욱이 10여 년 넘게 미나리 재배 한길을 걷고 있지만 새 상품과 재배기술 개발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나리 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처럼 농가마다 판매와 시식을 겸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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