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스타토크] 배우 오달수

입력 2007-05-10 17:11:00

영화 '우아한 세계', '마파도', '효자동이발사',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이들 영화에 공통된 점이 있다면? 바로 배우 오달수가 출연한 영화들이다. 그가 맡은 배역들은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깡패, 삼류건달, 아니면 살면서 이런 사람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를 그려냈다. 작년 한 해만 9편의 영화를 찍었고, 연극무대에도 섰다.

그가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다리퐁 모단걸'의 공연장을 찾아 대학로로 갔다. 동숭아트센터의 객석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연극 관객이 감소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좋은 연극에는 불황이 없는가보다. 연극 공연을 마치고 나자 그는 오는 9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코끼리와 나'의 연습장소로 안내했다. 공연날짜가 제법 남았는데도 벌써 작품회의가 한창이다.

"태종 때, 코끼리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다네요. 그런데 이 코끼리가 대신을 밟아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거죠. 그래서 코끼리를 죽이지는 못하고 제주도로 유배를 보냈데요. 재밌지 않나요?" 이 연극은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잡았고, 이후의 상황은 상상력으로 가득 채웠다. 그는 "코끼리를 어떻게 만들고 표현해야 할 지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의 말투가 독특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고 했다. 사투리와 표준어가 뒤섞인 특이한 억양. 그는 "배우로서의 표준어는 사전적 의미의 표준어를 넘어서서 배우와 그 역할에 맞는 자연스러움과 정확성을 담는게 아닐까요? 배우마다 언어를 표현하는 표준어는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게 배우의 스타일이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죠."

막걸리 두 잔만 딱 마시고 헤어지자며 , 허름하지만 정감있는 막걸리 집으로 안내한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홍어회를 시켜놓고 말을 이어간다. 그는 "연극하는 것은 삶을 깨닫기 위한 과정이며, 배우로서 무대에 서 있을 때는 관객을 설득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며, 17년 동안 배우의 삶을 살면서 느낀 배우 오달수만의 연극철학으로 정의를 내렸다.

그가 영화에서 아무리 악랄한 악역을 맡고 연기를 한다 해도 그는 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배우 오달수를 좋아한다. "저는 악역을 맡더라도 캐릭터에 의존하기 보다는 그 인물의 인간적인 면에 더 접근을 해요. 캐릭터는 같을 수 있지만 정서는 다르잖아요.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접근해요." 배우 오달수 연기는 유독 절제가 담겨있다.

배우 오 달수는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로 충무로에 얼굴을 알리고 눈도장을 찍더니 올해까지 영화만 20여 편 넘게 출연했고, 연극도 남자충동, 인류 최초의 키스, 흉가에 볕들어라 등 대학로에서는 성공한 작품에 출연해 그가 맡은 배역은 다른 사람이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 가슴에 오래 기억될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영화계에서도 소문 나있다. 지난해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절반 이상이 개런티와 상관없이 우정출연이다. 그가 연극도서로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안치운 교수가 쓴 '추송웅 연구'라고 했다. "추송웅 선생님이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배우는 전생에 죄를 지은 사람이 하는 거라구요. 배우가 연극을 앞두고 수개월 연습한 배역을 연극이 끝난 뒤 마음과 가슴 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도 말씀했죠. 그게 배우예요." 그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대표로서도 연극사랑 얘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연기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하는 연기가 정말 살아있는 연기가 아닐까요? 그 연기의 맛을 보기 위해 평생 배우로 살아갈 겁니다." 악함이 없는 진지한 악역 배우. 그게 오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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