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희망을] ④아동상대 성범죄

입력 2007-05-10 09:52:55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제2, 3의 피해자 양산

지난해 한 대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 초교생 A양(10). 10주간의 정신 치료와 상담을 거쳐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한동안 심한 대인기피증 등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양의 부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노했지만 가족에게 돌아온 것은 정신적 고통뿐이었다. A양 부모는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범인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는 것을 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며 "힘이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성폭행범을 그냥 두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재범 우려가 큰 범인을 쉽게 풀어주는 것은 제2, 3의 범죄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노했다.

아이들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들에 대한 성폭력으로 어린아이들뿐 아니라 가정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가정파괴범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에서 1~3학년 여자 초등학생 5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모 대학 3년생 B씨(23)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학원에 갔다오던 8~10세 여아들을 상대로 "길을 모르는데 동네가 잘 보이는 장소에서 방향을 알려달라."며 인근 상가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피해 아이 모두는 B씨의 사진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여서 유관기관에서 조사를 별도로 받았다."며 "현재도 일부 아이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부모들도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는 등 가정이 한순간에 파괴됐다."고 한숨 지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각종 성폭력 범죄 접수 건수가 2004년 702건, 2005년 770건, 2006년 837건으로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아동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아동의 진술에 대해 일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미래를 짓밟고 가정을 파괴하는' 성폭행범을 또다시 거리로 내보는 것. 이러한 성폭력범들에 대한 방치 및 관리 부실이 제2, 3의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제주도에서 있었던 여자 초교생 살인사건도 아동 성폭력 전과자가 또다시 성폭행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래의 성폭력도 심각하다. 지난해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 우연히 포르노 동영상을 보게 된 K군(14)은 한 초교생(10)을 상대로 동영상에서 본 것을 따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K군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풀려났고, 지난달 또 다른 초교생(11)을 성추행했다가 결국 구속됐다. 피해자는 초교생 3명으로 모두 남학생이었다. 김선희 성서경찰서 강력4팀장은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자들은 재범의 우려가 상당히 크다."며 "이들은 힘없는 아이들을 유인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나오는 경우가 많아 제2, 3의 피해자가 양산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는 아동 성폭력범죄에 대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국내 법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위스는 아동 성폭력범에겐 종신형을 선고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는 아동 성폭행범의 최저 형량을 25년, 출소한 뒤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

실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범의 징역형은 19%에 지나지 않고 81%가 벌금형(35.4%)이나 집행유예(45.6%)로 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심보영 영남권역 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은 "아이들은 피해의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이런 후유증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해자에게 중형을 내리는 것"이라며 "산산조각난 피해 어린이와 가정의 회복을 위해선 상담 치료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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