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 4개 지난 지하엔 게임기 80여대 '지익~찍'
당국의 철퇴를 맞은 '바다이야기' 등 불법 성인오락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속을 피해 건물 지하실이나 '임대' 표지판이 붙은 상가 등에 비밀 영업장을 차려놓고 '단골' 고객만을 상대로 성업중이다. 상금 액수를 높이는 등 불·탈법 행위가 훨씬 더 심해지고 있다.
본사 기획탐사팀은 대구·경북 곳곳에서 활개치는 성인오락실 실태를 추적했다.
◆미로 같은 비밀 영업장
5일 오전 1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주차장. 취재팀 일행이 업주에게 전화를 걸자 곧바로 50대 여성이 나타났다. 이 여성은 취재팀과 동행한 사람이 평소 안면 있는 고객임을 확인한 뒤 휴대전화로 40대 남자를 불러냈다. 이 남자는 40여m 떨어진 상가건물로 일행을 안내했다. 3층까지 올라가더니 비상구 계단을 통해 다시 지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모두 4개의 크고 작은 문을 통과해야 영업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 남자는 "미로가 따로 없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단속에 걸린다."고 말했다.
50평 남짓한 공간에 30여 명의 손님이 저마다 담배를 문 채 '바다이야기' 게임기 앞에 앉아 있었다. 80여 대의 오락기 앞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쉴 새 없이 '찌이익' 하며 게임기에 돈 넣는 소리가 들렸고 만 원짜리 수십 장을 쥐고 있는 손님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지난해 단속 이전에 여느 오락실에서 볼 수 있던 풍경 그대로였다.
다만 달라진 것은 상금 액수가 훨씬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250만 원이 최고액이었으나 지금은 최대 500만~2천500만 원까지 준다는 비밀 오락실이 꽤 많다. 업주 A씨는 "불법 영업을 하는데 상금 액수를 높이지 않으면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4일 오후 11시쯤 경북 구미시의 한 상가건물. 외부에는 '임대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는 미완공 건물의 3층에 비밀 오락실이 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건물 주위에 3,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오락실에는 '스페이스 드래곤' 기종 50여 대가 놓여 있었고 20여 명의 손님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40대 남자는 "1주일 밤낮 매달렸는데 500만 원을 잃었다."면서 "업주는 한 달에 1억 5천만 원의 수익을 낸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불·탈법 행위 더 심해져
대구 중구, 수성구, 서구 등에서도 불법 운영하는 오락실이 많다. 단속 기간에는 문을 닫고 있다가 단속이 잠잠해지면 또다시 영업을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업주 B씨는 "중고 바다이야기 게임기 한 대 가격이 30만 원(예전에는 700만 원)에 불과해 며칠만 돌려도 금방 수익이 난다."면서 "업주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렸던 과거를 잊지 못해 또다시 손을 대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대구보다는 외곽 지역의 불·탈법 행위가 훨씬 더 심하다고 했다. 농촌지역의 창고, 비닐하우스 등에 게임기를 설치한 후 손님들을 봉고차로 실어 나르기도 한다. 심지어 중고 가전제품 가게 간판을 걸어놓고 냉장고 속에 게임기를 설치해 단속을 피하는 등 온갖 백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 업주는 "단속 때문에 보름이나 한 달 정도 영업하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고객 명단만 있으면 장소는 상관없다. 도박에 빠진 사람이 부지기수여서 고객 확보에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경찰은 갈수록 성인오락실의 영업 형태가 비밀스럽고 교묘해진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돈 잃은 고객이나 오락실 관계자 등의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단속이 무척 힘든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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