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더이상 방치 안 된다
#1. 지난달 25일 대구 동구 한 병원 응급실에 3개월 된 남자아이가 의식을 잃은 채 실려왔다. 아이는 온몸을 심하게 맞은 듯 얼굴과 머리, 배 등에 멍자국이 선명했고 뇌출혈로 생명까지 위독한 상태였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 소아과 담당의사는 '누군가에 의한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판단,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를 폭행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아버지(38). 아이의 엄마(32)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남편이 베개로 아이의 목 주위를 잡아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박 씨를 아동 학대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2.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35) 씨도 지난달 17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른 새벽 흉기를 든 강도가 자신의 여섯 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들이닥친 것. 김 씨는 "어린 딸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며 강도에게 "흉기를 내려놓으라."며 15분가량 설득을 했지만 강도는 "딸과 함께 죽어도 상관없다."며 김 씨를 위협했다. 이에 김 씨는 강도가 들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방망이로 강도를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다음 날 강도의 어린 딸아이가 걱정됐던 김 씨는 수소문 끝에 강도의 집을 찾았다. 그 곳에는 누더기 옷을 걸쳐 입은 딸아이가 발 디딜 틈도 없이 엉망인 집에서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어 결국 김 씨는 아동보호센터에 신고해 아이를 보호기관에 맡겼다.
이처럼 아동 학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며 가정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 실제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 43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발간한 '2006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판정돼 보호기관으로 후송, 보호를 받는 아동이 5천202명으로, 전년에 비해 12.3%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지난해 8천903건으로, 2005년에 비해 11.3%나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경우 주로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일어나는 만큼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 조사 결과도 가해자의 83.2%가 아동의 친부모이고 발생 장소도 80.9%가 '가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 학대 유형으로는 방임이 2천35건(39.1%)으로 가장 많았고, 중복학대 1천799건(34.6), 정서학대 604건(11.6%), 신체학대 439건(8.4%), 성적학대 249건(4.8%) 순이었다.
아동학대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유교 문화와 이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사회 풍토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체벌을 가하는 부모의 교육 방법을 당연시하는 사회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 권기욱 대구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동 학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사회가 나서 다양한 형태로 부모를 교육시키는 것과 주변 이웃의 감시와 고발, 그리고 빈곤 가정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는 아동이 갇힌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주민 신고이고, 빈곤 가정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아이들이 부모의 화풀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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