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아침, 철쭉은 불타오르고
짙어가는 신록을 배경으로 온 산을 불태우듯 뒤덮는 철쭉꽃. 그 꽃을 따라 걷는 산행은 힘이 드는 줄 모를 정도로 황홀하다. 철쭉꽃은 4월 초부터 북상을 시작, 5월 말까지 한반도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시기를 잘 맞춰 철쭉 명산을 찾으면 철쭉꽃이 펼쳐내는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합천 황매산
올해 황매산 철쭉은 6일부터 만개하기 시작해 20일쯤 절정을 이룰 전망. 5월 황매산 철쭉꽃밭은 '하늘나라의 꽃밭'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 앉아 주변 고봉을 조망하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 비교하기 힘들다.
철쭉군락지를 찾는 길은 크게 두 가지. 먼저 차를 타고 목장까지 올라가 10여 분 만에 쉽게 오르는 길이 있다. 또 모산재의 암릉 스릴과 철쭉의 향연을 동시에 맛보는 코스도 있다.
황매산의 좋은 점은 철쭉과 함께 산행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쭉꽃밭을 중심으로 주위에 좋은 산들이 많아 꽃과 신록을 같이 즐길 수 있다. 장박리(산청군 차황면)에서 떡갈재를 거치거나 합천호반의 대병(합천군 대병면)에서 직접 황매산을 먼저 오른 뒤 내려가는 길에 철쭉 군락지를 거치는 것도 좋다. 황매산 상봉 서북면의 철쭉도 매우 넓고 아름답다. 또 영암사(합천군 가회면 둔내리)를 둘러보고 모산재로 오른 뒤 철쭉 군락지로 건너가는 것도 좋다. 새터(산청군 가회면 중촌리)에서 역시 기암괴봉이 좋은 부암산, 또는 감암산으로 오른 뒤 산줄기를 타고 철쭉 군락지로 가면 즐거운 산행을 겸할 수 있다.
◆영주 소백산
소백산 주능선 철쭉군락은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꽃을 피운다. 철쭉 탐승지의 고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산중 화원. 연화봉 일대와 정상인 비로봉에서 국망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진 능선에 철쭉이 밀집돼 있다.
올해는 25일부터 27일까지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에 '소백산철쭉제'가 열린다. 장승깎기대회, 철쭉꽃길 걷기대회, 소백산산신제, 죽령옛길달빛걷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소백산 철쭉산행은 보통 죽령에서 비로봉, 희방사에서 비로봉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죽령에서 5㎞쯤 오르면 거대한 중계탑이 나타나는데, 도로는 중계탑을 오른쪽에 끼고 돌아 오른 다음 천문대로 이어진다. 희방사 길과 만나는 연화봉은 천문대 정문 안으로 들어서서 건물 북쪽 옆길을 따라야 한다.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희방사 기점 코스도 소요 시간은 엇비슷하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완경사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 등산로 훼손을 막기 위해 나무계단을 깔아놓았다. 비로봉 정상에 오르면 주목과 철쭉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모습이 주변으로 펼쳐진다. 이곳에서 국망봉까지 이어진 전형적인 능선길을 따라 철쭉밭이 곳곳에 나타난다.
◆덕유산
덕유산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길을 덕유능선이라 하는데 철쭉은 능선을 따라 동행한다. 철쭉길은 남덕유의 육십령까지 20㎞가 넘는다. 덕유산 철쭉은 5월 중순부터 월말까지 이어진다. 햇살 좋은 남쪽 사면은 꽃이 조금 이르고, 북쪽 사면은 더디다.
대표적 산행코스는 삼공지구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길. 무주 구천동을 끼고 오르는 길이라 계곡과 동행하는 재미가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설천봉까지 오를 수 있다. 설천봉에서 정상까지는 20분 거리.
◆태백산
태백산 철쭉 능선은 그리 광활하지 않다. 정상의 서쪽 사면이 철쭉 군락지. 산행코스가 그리 험하지 않은 데다 영산(靈山)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태백산을 찾는 사람이 많다.
태백산은 유일사에서 오르면 정상까지 2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정상 못미처에 주목과 고사목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정상인 장군봉과 부쇠봉, 천제단 일대에 철쭉이 핀다. 주목을 배경으로 뜨는 일출도 압권. 그래서 야간 산행이 많기로 유명하다. 기후 변화가 무쌍한 탓인지 꽃 색깔이 연분홍에 가깝다. 고산 철쭉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셈.
제22회 태백산철쭉제가 25일부터 27일까지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에서 열린다. 태백산등반대회, 인공암벽등반대회를 비롯한 30여 개의 행사가 개최될 예정.
◆한라산
한라산 철쭉은 유달리 붉다. 원래 고산 철쭉이 연분홍빛을 띠는데 한라산만은 다르다. 한라산 철쭉능선은 윗세오름 일대가 장관. 어리목~윗세오름, 영실~윗세오름이 대표적인 철쭉코스다. 성판악~백록담, 백록담~탐라계곡 구간도 좋다. 철쭉 절정기는 5월 중순.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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