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상대 사기꾼 설친다

입력 2007-05-08 10:19:10

AS직원 가장 가스렌지 필터 팔아 넘겨

최근 대구 동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한 조모(42) 씨는 낯선 남성 2명에게 10만 원을 뜯겼다. 조 씨가 이들의 방문을 받은 것은 지난달 중순쯤. '시공사 협력업체 직원'이라 소개하며 번듯한 유니폼을 입고 AS 장비까지 갖추고 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스레인지와 자동 빨래건조기, 텔레비전 안테나 연결 등 종류별로 세세히 살펴보며 설명을 하다가 각종 오염물질이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에 붙으면 건강에 큰 해를 끼치니 입주 시기인 만큼 특별히 할인가에 필터를 공급하고 있다며 필터구입을 권유했다. 그러나 실제 레인지후드의 필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조 씨는 "입주 초기라 관리사무소나 시공회사, 이삿짐센터 등 워낙 많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통에 의심하지 않았다."며 "한참동안 사람을 어르고 혼을 빼놓더니 결국 쓸모없는 레인지후드 필터만 팔아넘긴 채 달아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 시공회사나 AS직원을 가장해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 등 물건을 팔아넘기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남성 2명이 짝을 이뤄 새로 입주한 아파트만을 골라 사기를 벌이는 것이 특징.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의 경우 하자보수나 이사 등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의심받지 않고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단지나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이 같은 피해를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건물 관리사무소는 집집마다 '사기를 조심하라.'는 내용의 안내서를 보내고 엘리베이터 안이나 게시판에 주의 당부글을 붙여 놓지만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이들은 안내문을 떼어가거나 찢어버리기도 한다는 것.

대구 동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박현규 관리사무소장은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의 경우 하자보수는 모두 무상이며 시공회사나 AS업체에서 별도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협력업체가 맞는지 확인하고 만약 비용을 요구하면 100%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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