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이 시작된다…'VVIP'를 위한 은행 PB센터

입력 2007-05-08 09:30:57

▲ 부자들은 자산관리상담을 받다가 무료하면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도 있다. 스크린골프장이 PB센터에 설치된 것은 대구은행이 처음. ▲ 3겹의 문으로 둘러싸였고, 불이 나면 전자동 소화시스템이 작동,
▲ 부자들은 자산관리상담을 받다가 무료하면 스크린 골프연습장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도 있다. 스크린골프장이 PB센터에 설치된 것은 대구은행이 처음. ▲ 3겹의 문으로 둘러싸였고, 불이 나면 전자동 소화시스템이 작동, '철통 같은' 재해 방어력을 자랑하는 대여금고. 부자들은 이곳에 보석이나 권리증 등을 넣어둔다고 한다. 대여금고는 모두 540개가 있다. ▲ 부자들은 최고급 양탄자 위에 놓인 수제의자에 앉아, 수제탁자에 고가의 찻잔을 올려놓고, 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 PB들로부터 자산관리상담을 받는다. 심심하면 최고급 AV시스템을 통해 영화도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꽃단장'을 끝낸 뒤 새로 문을 연 대구은행 본점(수성구 수성2가) PB(Private Banking)센터. 이곳은 공기부터 달랐다. 보통 사무용 공간의 공기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면 20~21%. 하지만 이곳은 21.7%의 산소농도를 자랑했다. 산림욕에서나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산소 용량이란다. 3천300만 원짜리 산소발생기가 일반 사무실보다 0.7~1.7%의 산소를 공기 중에 더 많이 잔존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부자(富者)들의 전당', 은행PB센터는 화려했다. 공기부터 다르다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것 아닌가?

딩동딩동, 바깥에서 벨을 누르면 신원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는 곳. 억대 부자가 아니면 들어갈 엄두를 못내는 곳. '돈없는 사람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자가 은행PB센터 문을 열어봤다.

◆더 이상 호화로울 수 없다!

지난달 말 문을 열어 대구시내는 물론, 전국 PB센터 가운데 가장 최신식 시설이라는 대구은행 본점PB센터. 입구에 딱 들어서면 호텔처럼 프론트가 있고, 복도 양 옆으로는 '방'이 여러 개 나 있다.

전국 PB센터 가운데 가장 크다(210평)는 이곳은 의자부터 '화려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봐도 모르는 기자에게 이곳 사람들은 "응접세트에다 탁자 등이 모두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흠집이 났을 때 수리하는 것이 걱정이지만, 부자들의 눈에 맞추기 위해서는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 은행 측 설명.

고객전용실에는 고가의 AV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상담받으러 왔다가 심심하면 영화를 보면 된다. 방안에 설치된 PC 사용도 자유롭고, 국제전화도 무료사용이 가능하다.

또다시 심심하다면 스크린골프장에 들어가 라운딩을 해도 된다. 전국 PB센터 가운데 스크린골프장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 PGA프로가 나와 레슨을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다음달엔 PB센터 위층에 레스토랑과 피트니스클럽이 문을 연다. 특1급 호텔급 최고 요리와 운동처방사가 도움을 주는 고품격 운동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말씀만 하세요!

PB센터 사람들은 '부자들의 모든 심부름'을 도맡을 각오가 돼 있다. 대구은행 PB센터 입구에는 창구 직원 3명이 앉아 있다. 영업점 번호표 뽑는 기억? 이곳에서는 버리면 된다. 현금을 찾는 따위의 심부름을 창구 직원 3명이 일사천리로 처리한다.

뿐만 아니다. 자산 불리기는 물론, 세금 문제 해결에다 맞선·유학까지 주선해준다.

국민은행의 PB센터인 '골드 앤 와이즈'. 이곳 배상권 센터장은 지난달 22일 수십억 원을 맡기고 있는 고객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물론, 그가 주선해 고객의 아들은 '아리따운 아가씨'를 맞았다.

배 센터장은 "중매뿐만 아니라, 토지를 매각한 뒤 토지개발업자로부터 부당한 수수료를 요구받던 고객의 민원까지 내가 직접 나서 해결해줬다."며 "고객의 자녀가 유학을 원하면 국민은행 네트워크를 이용, 학교에다 전공까지 소개해 주고 수속까지 해 주는 등 PB센터는 모든 서비스를 다한다."고 했다.

PB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역시 '세무'다. 펀드 등에 투자, 돈을 불리는 것보다, '돈이 워낙 많은' 사람들인 만큼 세금을 어떻게 하면 줄일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것.

때문에 우리은행의 경우, 세무공무원 출신을 스카우트해 PB고객들을 상대로 전문적 절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대구·경북PB센터인 '어드바이저리 센터' 금두희 차장은 "세금 문제가 역시 부자들의 최대 고민"이라며 "세무 민원을 해결해 주면 고객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이 오나?

대구은행 경우, PB센터엔 5억 원 이상 예금한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 국민은행 등 대다수 은행 PB센터가 비슷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대구은행 경우, 본점 PB센터에 등록된 사람들이 400명에 이른다. 이들이 맡긴 돈이 수천억 원. 은행 수신고의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손'의 힘은 크다. 은행들은 이런 사람들을 '초우량 고객(VVIP)'으로 분류한다.

국민은행 대구PB센터에도 300여 명의 초우량 고객이 등록돼 있는데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 PB센터의 등록회원 숫자도 엇비슷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 왜냐하면 '부자들'은 자기노출을 싫어해 적어도 3, 4곳의 은행PB에 자산을 분산해 놓는다는 것.

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연령층은 역시 50, 60대. 최근엔 'IT부자'가 많이 나오는 데다 상속받는 경우도 많아 20, 30대도 꽤 늘었다고 PB센터 사람들은 얘기했다.

PB센터 사람들이 분류하는 부자들의 유형을 보면, 소유한 땅의 개발로 갑작스레 부자가 된 '벼락부자'를 비롯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자산을 잘 굴려가고 있는 '세습부자', 공장이나 병원 등의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사업 부자' 등으로 대별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구지역의 경우, 섬유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를 처분한 '정리 부자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PB센터 사람들은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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