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어린이날, 한가로움을 찾아 "잘 왔다"
지금껏 사람들에게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그래서 붐비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관광자원이나 볼거리, 먹을거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성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어릴 적 고향집 같은 곳이다. 경주나 안동 하회마을처럼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없지만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사촌마을'과 '산운마을' 등 반촌(班村)이 곳곳에 숨어 있고 '고운사' 같은 천년고찰과 탑리오층석탑 등 국보급 문화재도 산재해 있다.
여행길에 지친 몸과 마음을 탑산온천과 빙계온천에서 온천욕으로 말끔하게 풀어도 좋다. 교촌마을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마늘, 양파, 사과, 작약, 홍차….
햇마늘과 양파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5월 말, 의성과 안계 등의 시골 5일장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마늘장'이 선다. 의성이 전국에서 주목을 받는 시기가 이때다. 마늘을 먹고 자란 마늘소와 마늘포크(돼지고기) 등의 특별한 먹을거리는 의성에서만 맛볼 수 있다.
지금 의성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스프링클러 돌아가는 마늘논, 양파논과 사과꽃 흐드러지게 핀 과수원이다.
봄가뭄은 수확을 앞둔 마늘, 양파 재배농민들의 일손을 바쁘게 만들었고 제때 사과꽃을 솎아주지 못한 사과밭은 온통 백색이었다.
의성마늘은 다른 산지와 달리 논에 재배하는 것이 특징이다. 즙액이 많고 입안에서 독특한 향기와 매운 맛이 감돌면서 저장성이 좋아서 인기다.
작약과 홍화도 지역 특산품이다.
경북도 농업기술원 산하의 신물질연구소가 의성에 자리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유전자원의 수집과 보존, 산업화 등을 연구하는 신물질연구소는 '작약'에 관한 한 국내 최고로 꼽힌다. 약용으로만 쓰이던 작약을 관상용으로도 개발해 농가에 보급,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국내 야생화 등 대부분의 자생 유전자원을 수집, 연구한다.
이곳에 들른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야생화를 가져갈 수도 있다는 연구사의 선심에 저마다 예쁜 화분 하나씩을 골랐다. 사람 손이 닿으면 오그라드는 '미모사'와 허브 등이 인기였다.
사촌마을, 산운마을, 교촌마을….
안동 김씨와 풍산 류씨 집성촌인 '사촌마을'은 전통 선비촌이다. 이곳에 살던 선비들은 과거에는 급제해도 관직은 마다하는 등 철저한 야인생활을 해왔다.
이곳의 만취당(晩翠堂)은 조선 중종 때 김사원이 지은 11칸짜리 목조건물로 안동 김씨 종실이다. 만취당이라는 현판 글씨는 명필 한석봉의 글씨라고 한다.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가 목조건물로 꼽힌다.
사촌마을 서쪽에 방풍림처럼 서있는 '가로숲'은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조성됐다. 수령 400~600년이 된 상수리나무 등이 800여m의 긴 '가로숲'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고운사는 온통 꽃으로 단장하고 방문객을 맞았다.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때(681년)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입구에서부터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한 천년숲길은 산사를 찾는 고즈넉함과 삼림욕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계곡에 기둥을 세웠으면서도 물길을 거스르지 않은 가운루와 호랑이탱화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다.
한반도 최초의 화산인 금성산 일대는 아직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우리 역사의 보고다. 삼한시대 부족국가의 하나였던 조문국은 신라에 병합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번성했다.
새롭게 보수된 경덕왕릉은 제법 왕릉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주변의 정비되지 못한 200여 기의 능은 고분군을 형성하고 있다.
목조탑 같은 정교함을 보여주는 금성면의 '탑리오층석탑'은 국보 제 77호다. 그러나 기단 일부분이 무너지고 관광객들의 쓰레기가 곳곳에 보이는 등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탑이 이곳이 아니라 경주에만 있었어도 제대로 관리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유교문화사업으로 새롭게 단장된 '산운마을'에서는 옛 양반들의 가옥구조와 생활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소우당과 학록정사, 점우당 등 옛 사대부가들의 정자와 가옥 형태가 복원되거나 보수돼 전통마을로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어린이날 이뤄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교촌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 어색해하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식들이 함께 평소 잊고 지내던 농촌을 느꼈다. '리어카 끌고 달리기'와 '지게 지고 달리기', '서까래 함께 들고 이어달리기' 등의 단체게임과 투호와 고리 던지기 등의 전통놀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낀 하루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이번 주 여행코스 : 경북도 농업기술원 신물질연구소-사촌마을 가로숲-고운사-경덕왕릉 등 조문국 유적-탑리오층석탑-탑리 5일장-산운마을-빙계계곡-교촌마을
* '어서 오이소' 다음(12, 13일) 코스는 '안동 전통마을과 황진이 촬영지 체험' 편입니다.
▶ 주머니 TIP
▷경비
첫날
점심 : 해물전골 5천 원
신물질연구소, 사촌마을, 고운사 : 무료
숙박 : 탑산온천호텔 3만 5천 원(주말 2인1실)
투숙객 온천입욕 무료
둘째 날
아침 : 고디탕 5천 원
점심 : 빙계계곡 백숙 3만 5천 원(대)
탑리오층석탑, 금성고분군, 산운마을 : 무료
교촌농촌마을 체험프로그램 : 1만 원(1인)
▷의성마늘이 출하되는 시기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이때 의성에서는 싸게 마늘과 양파를 살 수 있다.
이밖에 고려시대 사찰인 대곡사도 한적한 사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그만이다. 다인에 위치한 대곡사는 고려 공민왕 17년(1368년) 창건한 고찰로 고즈넉한 산사(山寺)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대곡사에서 적조암을 거쳐 3km에 이르는 등산로도 잘 조성돼 있다.
▶ 경험자 TALK
수도권 주민들에게 의성이 새롭게 각인됐다. 그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어린이날의 부산함을 피해서 의성을 택했는데 가족과 함께 시골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선가 좀 더 홍보가 돼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었으면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왕태(44·경기도 부천시 중동)=다른 여행에 비해 여유가 있어서 참 좋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볼거리는 부족했다. 또한 먹을거리 선택 폭도 좁았다. 마지막 일정인 교촌마을 체험은 좋았다.
▷이명자(47·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독특하다. 관광을 왔다기보다 한적한 농촌, 고향에 온 기분이다. 시골장에 갔을 때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노인들뿐인 것을 보니 안타깝기도 했다. 또 관리가 제대로 안 돼 허물어져 가고 있는 탑리오층석탑을 보니 누구든지 나서서 제대로 관리하고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솔직히 형편없었다. 이해는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마산근(71·서울 성북구 하월곡동)=딸들과 함께 왔는데 재미있었다. 문화해설사의 사투리 섞인 해설도 참 좋았다. 그러나 아직 관광지가 아니어선지 숙소와 음식은 개선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기 전 "의성, 뭐 볼 거 있겠나?" 했는데 고운사도 참 좋고 산운마을도 좋았다.
▷이예주(38·서울 서초구 서초동)=아들과 처음 온 여행이라 체험프로그램이 좋았다. 전체적으로도 괜찮았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좀 미흡했다. 그래도 어린이날 북적거리는 곳보다 이런 외진 곳에 오니 좋다. 음식도 백숙을 비롯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빙계계곡의 빙혈이 독특했다.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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