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락·사물놀이…소외 노인들 '행복한 하루'
"저 사람들이 올해도 또 왔네. 10년도 훨씬 넘었제?"
"그럼, 넘었기로…. 자식이 따로 있나 뭐, 저런 분이 우리한테는 자식이고 효자인 거지."
6일 낮 12시 30분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 한국성모의 자애 수녀원(사회복지법인 안심원) 내 성가양로원. 80, 9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보조보행기인 유모차에 굽은 허리를 의지한 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선단체 성심회가 성가양로원을 비롯해 군위군 부계면 성바오로 안나의 집, 고령군 쌍림면 대창양로원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어려운 노인들을 초청한 것. 성가양로원이 있는 구덕마을의 노인들까지 모두 300여 명이 이날 어버이날 경로위안잔치에 참석했다.
배상도 칠곡군수, 지방의원들과 대구의 청룡사 보현스님도 찾아와 축하했다. 또 대구에서 활동하는 '모델가수' 신광우(56) 씨도 동료 가수 5명과 함께 자선공연을 벌였고, 하빈농악 단원들도 기꺼이 달려와 신나는 사물놀이 한마당으로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고령 쌍림의 대창양로원에서 사할린 동포인 김창생(84) 할아버지를 비롯한 사할린 정착 노인들이 대거 참석, 아리랑 가락에 춤추고 노래하는 등 즐거운 하루를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대창양로원 신월식 원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로지 평생 소원인 고국에 묻히겠다는 마음만으로 영구 귀국한 노인들"이라며 "이들은 오늘 성심회가 열어준 경로잔치처럼 조그만 성의에도 동포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구덕리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나온 이칠화(66) 이장은 "해마다 어버이날에 성가양로원에서 경로잔치를 하기 때문에 따로 마을 잔치는 생략하고 대신에 그 돈으로 버스를 대절해 외지 관광을 시켜드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반겼다.
사회복지기관 세 군데와 마을의 노인들까지 초청한 이날 잔치는 올해로 벌써 12년째. 그렇게 어렵다던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빠짐없이 열어왔다.
해마다 행사를 주선해 오고 있는 성심회는 회장 최상배 씨가 맨처음 부인과 형제자매 등 가족들 위주로 선행을 해오다 이를 알게된 주변 지인들이 너도나도 동참해 이뤄진 자선단체. 이제는 십시일반 뜻을 모으는 회원만 해도 3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한가위나 설 등 명절 때 사회복지시설을 찾고, 평소에는 사정이 딱한 학생들과 수해, 화재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가 많지는 않지만 꼬박꼬박 정성을 전한다.
성심회 최상배(62) 회장은 "여러 해가 쌓이면서 서로 안면도 생기고 정도 두터워져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먼저 달려와 아는 체를 하신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주위를 살펴가며 가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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