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기대장 기술 전승 급하다
# 400여 년 동안 맥을 이어온 청송백자가 1958년 마지막 가마불을 끈 지 50년이 지났다.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결합한 도자기의 경우 원료의 채취와 조합에서부터 제작기법까지 어느 것 하나를 잃더라도 복원은 불가능해진다.
다행스럽게도, 청송백자는 도자기 원료 산지인 법수광산이 1998년까지 도석을 채취했고, 주변 환경도 크게 훼손되지 않아 복원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유약의 원료로 쓰이는 '회돌'과 '보래' 출토 지역도 확인됐다.
청송군은 지난달 28, 29일 이틀에 걸쳐 진행한 '수달래 축제'에서 청송백자 제작을 시연했다. 이때 법수광산의 도석과 인근에 있는 '회돌'을 채취하고 부남면 속칭 '뱃바우' 부근에서 '보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청송군 강병극 문화재담당은 "법수광산이 폐광될 때까지 그곳에서 일한 갱부에게서 도석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면서 "현재 갱내에는 양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양질의 도석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축제 준비를 하는 동안 유약 원료도 채취할 수 있었는데, 현재 정확한 성분 파악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법수광산 일대의 땅은 군유지여서 채굴권에 관한 문제들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청송백자는 제작 기술의 전승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기대장 고만경 옹이 직접 물레작업을 하며 2년여에 걸쳐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원료조합이나 유약 제조, 제작기법을 원형 그대로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복원을 위한 공방 건립에는 예산 확보에서부터 공사를 마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송군 권영면 문화관광 과장은 "우선 '북부 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40여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부동면 하의리 일대 1만여 평 부지에 도예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시관 77평, 공방 49평, 사기움집 15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예촌 건립은 2010년 이후에나 사업이 완료될 전망이어서 고만경 사기대장을 통한 복원은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군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청송 향토문화유산 보호조례'를 제정, 군 자체에서 복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도예촌 건립과는 별도로 법수광산이 있는 부동면 신점리나, 과거 공방이 있던 부남면 화장리 중 한 곳에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방시설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예산확보부터 전승자 예우 문제 등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청송백자 복원의 당위성에 공감한다면 전남 강진군의 '강진 청자요' 운영에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강진군은 초기 고려청자 발상지에 청자문화를 꽃피운다는 취지 아래 군이 직접 관요(官窯)를 세워 운영에 나섰다. 이후 군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강진 청자축제'가 틀을 잡고 관요가 자생력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게 되었다.
청송군도 최근 청송백자를 군 혁신과제로 선정할 움직임이 있는 만큼, 군 출연 법인화를 통한 운영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마지막 사기대장 고만경 옹을 초빙해 기능 전수에 주력한 다음 공방시설과 전시관 건립 등을 연차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화재위원인 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 도자기가 우수하지만 다소 무거워 현대 생활용기로서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청송백자는 가볍기 때문에 현대 감각에 맞게 재현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문화의 전승이나 복원은 정확한 고증과 조사에 의거해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청송백자의 경우도 가마터 조사와 보존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시간이 촉박한 만큼 기술 전수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충진·김경돈·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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