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은 과연 좋은 것일까?"
한국식 때밀이 문화가 외국인에게 인기가 있는 등 한국문화가 세계에도 통한다는 외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 과연 한국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북대 어학교육원 초빙교수 5인의 한국문화에 대한 유쾌한 수다를 들어봤다. 짧게는 1년3개월부터 길게는 5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경험과 에피소드를 속사포처럼 쏟아낸 수다의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이래서 싫어요
한국에서 5년간 생활한 캐나다인 마이클 피셔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마이클은 "교육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 "한국은 서구에 비해 사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캐나다 학생 2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맨, 배우 등이 누구인지를 물으면 15명 정도가 각자 다른 대답을 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동일한 대답이 나오더군요."
미국인 크리스 라빈은 "한국문화는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한국인들은 외국인이라면 김치를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한국인들이 상처받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인 등 서구인들도 스테이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들 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한국문화 가운데 하나는 줄서기 문화. 줄서기 문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이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몸집이 큰 편인데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양팔 틈으로 먼저 들어가려고 하는 바람에 당황했습니다."(마이클)
"계단을 오르내릴 때 한 방향으로 가면 좋을 텐데 한국에서는 올라오는 것과 내려가는 것의 구분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중간으로 오르내리는 노하우를 터득했죠."(조나산 조달)
조나산은 또 "길거리에서 침 뱉는 사람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크리스는 "한국의 은행 등 건물에 문이 보통 4~6개 있지만 2, 3개는 닫혀 있다."면서 "비상구도 대부분 한 개에 불과해 화재가 날 경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데니스 슈맥커는 "거리에 휴지통이 많았으면 한다."면서 "안 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이 길거리에 버린 적도 많다."고 털어놨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문화 얘기가 나오자 이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크리스는 "한국인들은 생김새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외국인이라면 외계인처럼 여기고 한국말을 잘 하면 친절하게 대해준다."고 지적했다. 데니스는 "한국말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 사회에서 여전히 소외됐다고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이래서 좋아요
한국문화에 대한 장점을 얘기하자 이들의 표정은 밝아지고 수다는 더욱 활기차졌다.
마이클은 "교육자로서 볼 때 한국의 학구열은 뛰어나다."면서 "캐나다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적은 반면 한국에서는 전반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는 "한국의 뜨거운 가족애에 감동받았다."면서 "경제력 낮은 사람이라도 자식에게 헌신적인 모습이 뉴질랜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조나산은 한국의 저축문화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빚으로 모든 것을 구입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인들은 저축을 한 다음 남는 돈으로 소비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팁 문화가 없다는 점. 이들은 "한국의 팁문화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팁이 없는 한국문화에 이구동성으로 환호했다. 크리스는 "서비스가 좋은 데다 팁까지 안 줘도 되니까 너무 좋다."면서 "미국에서는 택시, 레스토랑, 미용실 등 모든 곳에서 팁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나산은 "미국의 술집에서는 웨이터가 병을 따주기만 해도 1달러를 팁으로 줘야 한다."고 말했고, 영국인 피터는 "지금까지 30개국을 돌아다녀봤지만 영국에서의 서비스가 가장 좋지 않다."고 거들었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한국식 목욕문화로 옮겨갔다. 조나산은 "때밀이는 즐거운 경험"이라면서 "때를 밀면 아기처럼 보송보송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반면 데니스는 "공중목욕탕은 너무 뜨겁다."면서 "탕뿐만 아니라 실내 온도와 사우나 등이 너무 덥다."고 말했다.
화장실 및 좌식 문화에 대해서도 이들은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크리스는 "양변기는 다른 사람이 앉고 또 앉기 때문에 비위생적"이라면서 "하지만 좌식변기는 더 위생적이기 때문에 좋지만 비누와 휴지가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는 좌식문화도 마음에 든다."면서 "찌개를 함께 나눠먹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혐오하는 보신탕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의외로 보신탕문화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는 "한국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요리한 보신탕을 먹었는데 맛있었다."면서 "개는 단지 동물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데니스는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한번 먹어보고 싶다."면서 "개고기보다는 고래고기 먹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한국에는 '○○○'가(이) 없다" VS ▶한국에는 '○○○'가(이) 있다"
▷고액권
비행기 표를 사려면 1만 원짜리 50장을 준비해야 한다. 지갑이 두툼하다. 고액권이 있었으면 좋겠다.
▶친절
영국에서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해도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상점은 친절하다.
-피터 오쇼니시(영국·3년)
▷휴지통
길거리에서 휴지통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안 버리고 싶지만 길거리에 버릴 수밖에 없다.
▶가족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헌신적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경제력이 낮으면 가족에게 헌신적이지 않다. 방치 또는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
-데니스 슈맥커(뉴질랜드·1년 3개월)
▷방학
미국에서는 중·고생들이 여름방학 때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과외 등으로 바빠 방학이 없다.
▶족보
한국에는 누구나 족보가 있다. 한국의 조상문화는 서구와 달리 특이하다. 미국에서는 성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뿌리'를 찾기 어렵다.
-조나산 조달(미국·1년 6개월)
▷비상구
한국 건물에는 비상구가 적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많은 비상구가 있다. 화재 등 위급한 경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후배
미국에서는 사제간 또는 선후배간 끈끈한 정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아껴주고 후배는 선배를 존중한다.
-크리스 라빈(미국·5년)
▷줄서기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다 보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양옆으로 파고든다. 버스나 지하철도 마찬가지로 줄을 서지 않는다.
▶학구열
한국 학생들은 외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도 열심히 한다. 캐나다와는 다른 모습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이클 피셔(캐나다·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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