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지구 개발, 이대로 좋은가] (하)생태하천 동화천이 사라진다

입력 2007-05-03 10:08:34

물고기·풀·새들의 자리 콘크리트로 덮일 날이…

▲ 대구 연경지구에서 바라본 동화천의 전경. 하천 양쪽에 대규모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콘크리트 숲으로 바뀌게 되고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은 사라지게 된다.
▲ 대구 연경지구에서 바라본 동화천의 전경. 하천 양쪽에 대규모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콘크리트 숲으로 바뀌게 되고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은 사라지게 된다.

대구 유일의 생태하천을 없애면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할 필요가 있을까?

건설교통부와 주택공사가 2011년 말까지 팔공산 자락의 연경지구에 국민임대주택 등을 건설할 경우 단지를 관통하는 동화천은 생명력을 잃고 시꺼먼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동화천이 거대한 하수구로 변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동화천이 전국에서도 찾기 힘든 도심 속 생태하천이라는 점에서 단지개발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것 같다.

◆현재 모습은?

1일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물학과) 일행과 함께 북구 연경동 동화천 인근을 둘러보니 전날부터 내린 비 때문인지 싱그러운 느낌이 확 다가왔다. 강폭을 따라 달뿌리풀이 곳곳에 눈에 띄었고 왕버들, 갯버들 군락 등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김 교수는 "강 바닥이 빈번하게 뒤집히고 하천 속에 작은 웅덩이와 육지가 공존하는 것을 볼 때 건강한 하천의 전형"이라면서 "강가의 달뿌리풀과 왕버들 군락지는 홍수때 상류로부터 떠내려오는 모래, 자갈은 물론 쓰레기까지 잡아주는 완충 및 자정 역할을 한다."고 했다.

물가에서 새 한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김 교수가 망원경으로 그 새를 살펴보더니 '흰뺨검둥오리'라면서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인데 이 일대에는 환경부가 주요 조류로 지정한 흰목물떼새, 원앙, 황조롱이, 청딱따구리 등이 많이 산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숨은 자랑거리는 천연기념물인 수달 서식지라는 점이다. 대구시는 지역 하천에 서식하는 수달은 모두 16마리이고 그중 4마리가 동화천 일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달이 신천에 많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쾌적한 동화천에 서식하다 그곳에 잠시 모습만 드러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구시가 지난 한 해 동안 금호강과 합류하는 동화천 하류지점에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을 측정한 결과 평균 5.6㎎/ℓ(3급수)정도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화천은 상류의 공산댐으로 인해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인 데다 중·하류의 지묘동, 연경동에 주택가, 축산농가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수질을 갖고 있다. 물이 많은 여름철에는 BOD 1~2㎎/ℓ를 오르내리는 1급수가 된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오염방지 시설이 전혀 없는데도 이 같은 수질이 유지되는 것은 정화기능을 가진 동식물이 대거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환경적인 개발이 가능할까.

건교부와 주공은 2년 전 대구시와 동·북구청이 개발 계획에 반대하자 연경지구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기관은 '환경계획구상' 연구용역결과를 개발 및 실시계획에 반영하고 ▷생태네트워크 구축 ▷물순환체계 ▷바람통로 ▷통경녹지축 확보 등의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생태 전문가들은 이론적인 구상일 뿐, 하천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주공 관계자도 "여름철 범람을 막으려면 하천 양쪽에 제방을 쌓을 수밖에 없어 하천 일부의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현재로선 하천의 선형(線形)만 유지될 뿐, 제대로 된 하천 보호대책은 전무하다. 이 일대가 택지로 개발될 경우 신천처럼 하천 양쪽에 콘크리트 제방이 높다랗게 세워지고 동식물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게 분명하다.

연경지구와 인접한 동구 지묘동 주택가를 가보면 동화천의 미래를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싸인 지묘교 아래 물가에는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고 녹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었다. 조영호 (사)자연생태연구소 소장은 "수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가 생기면 인근 하천의 오염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동화천은 금호강과 합류하고 낙동강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들 하천이 연쇄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류승원 회장은 "하천생태계는 수변환경과의 교류가 가장 중요한데 풀과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하천 자체가 죽고 만다."며 "실질적인 보존대책은 건교부와 주공이 대규모 택지개발을 철회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기획탐사팀=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동화천은?

금호강 지류인 동화천은 대구 팔공산 계곡에서 발원해 동구 지묘동, 북구 연경동, 동변동, 서변동을 거쳐 금호강과 합류한다.

상류지역에 두 개의 큰 물줄기가 있다. 염불암 계곡, 수태골, 부인사, 신무동 등에서 모이는 물줄기와 진인리, 능성고개, 갓바위 쪽에서 모이는 물줄기는 공산지에서 만난다. 또 다른 물줄기는 파계사, 송정동, 신룡동 쪽에서 모여 동구 지묘동 주택가에서 공산지의 물과 합류해 하류로 내려간다.

이 일대 연간 강수량(9천700만t)의 40% 정도(3천880만t)가 동화천을 따라 흐른다.

동화천 주변에는 숲, 습지 등이 잘 발달돼 있고 구슬갓냉이(환경부 지정 주요식물종), 여뀌꽃 등 식물 145종, 조류 44종, 어류 12종, 포유류 8종, 양서·파충류 10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임상준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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