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과 FTA를 바로 알자

입력 2007-05-03 07:06:44

최근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마무리하고 미국 의회와 우리 국회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아직까지 농민들을 비롯해 관련 사회단체에서 FTA 반대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초강대국 미국과의 무역협상 경쟁에서 약소국이지만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자부심에 들떠있는 것 같다.

이번 자유무역의 줄다리기를 보고 많은 국민들은 '한미안보=종속'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적어도 경제적인 차원에서만큼은 우리도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1세기 동안 한·미관계에서 보여준 역사적 신뢰도를 돌아볼 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미국의 무역 전략에 또다시 속아 넘어가는 역사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여 년간의 역사에 비춰 볼 때 미국은 우리로부터 결코 신뢰받을 수 없다. 역사적인 차원에서 보면 일제 강점하 36년과 남북분단의 간접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규정할 수 있다. 역사적 관계에서 미국의 신뢰 상실은 지금부터 125년 전인 1882년 강화통상수호조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은 당시 서양 열강들 중 처음으로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었다. 이미 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과 동양의 은둔국 조선과의 통상조약은 사실상 미국의 힘에 밀려 불평등한 관계에서 체결한 무역조약이었다.

미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첫 신뢰 상실은 한국과 문화적 종속관계에 있으면서 서양문물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에 한국의 식민지 지배권을 인정한 데에 있다. 일본이 러일 전쟁에서 러시아에 승리하자 미국 국무장관 태프트는 일본외상 카쓰라에게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것을 인정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조선의 외교권 박탈을 초래한 을사보호늑약은 강화통상조약과 이 태프트-카쓰라 조약으로부터 미국이 일본에 조선의 지배권을 인정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 통치는 미국이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미국이 한국에 보여준 신뢰 상실은 얄타협정이었다. 얄타협정은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전후 문제에 대한 협정이었다. 얄타협정으로 인해 동북아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맞서는 심장부인 한반도는 분단되고 말았다.

남북분단도 얄타협상을 주도한 미국이 분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심장부에 해당되기 때문에 분단 상황을 맞았던 독일과 달리 한반도에서 미국이 손 뗄 수 없는 것도, 남북 분단의 간접적인 요인이다.

냉전종식과 함께 한반도는 2차대전 전의 독일과 함께 마땅히 통일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새로운 잠재적 도전국이며 군사대국인 중국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지리적으로 한반도 주변에 있어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서는 동북아에서 발판이 필요하다. 이것은 중동 산유국들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이라크를 발판으로 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902년 영국 언론인 헨리 스티드는 전 세계의 미국화를 염려했다. 또한 1948년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에서 소련식 전체주의를 두려워했었다. 지금 전 세계는 미국이 주장하는 미국식 성공모델의 전체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영향력을 잃은 미국이 과거에 무임승차 시켜주던 추종국들로부터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역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한·미 관계를 재조명해 보면서 이제 우리는 이번 FTA가 미국이 말하는 성공모델에 맞추어 주는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비록 안보 차원에서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 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FTA에 대해 장기적 낙관론을 버리고 우리 경제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신중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조해경 안양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