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가 건져올린 미역·해삼 '와~'…밤바다서 꽁치 구워먹는 맛 일품
울진은 '육지 속의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 국토를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국도는커녕 군을 외부와 잇는 가장 큰 간선도로인 7번 국도마저 전면 4차로 확장이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아직도 전국 어디에서나 가장 찾기 힘든 곳 중의 하나로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개발이 지연된 덕분(?)에 울진은 빼어난 청정자연을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 땅이 지척인 울진 원자력본부(북면 부구리)까지 먼 길을 달려온 버스 안에서도 탄성이 쏟아진다. "엄마, 바다가 너무 깨끗해요. 물속이 다 보여요." "그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니까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구나."
귀여운 수달의 재롱과 먹이를 먹기 위해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송어의 힘찬 몸짓이 인상적인 경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근남면 행곡리)를 뒤로 하고 거일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진다. 게장, 게살, 미역 등 바닷가마을다운 저녁상을 받아 후다닥 한 그릇씩 해치우고 모두들 민박집 바로 앞 백사장에 모인다. 울진군만의 전통 민속놀이인 게줄다리기를 위해서다. 게줄다리기는 대게모양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5명씩 줄을 허리에 묶은 채 치르는 경기. 이곳, 평해읍 거일리와 직산리, 기성리, 봉산리 등 울진 연안 어촌에서 전승되고 있으며 다른 어촌에서는 찾기 힘들다.
"영차, 영차, 힘내라!" "엄마, 조금만 더!"
하루 종일 힘든 버스여행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가족의 체면이 걸렸으니 모두들 젖 먹던 힘까지 쓴다. 결과야 상관없다.
수평선 저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등불이 희미하게 보인다. "불빛이 저 정도 작게 보이면 배가 울릉도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로 가면 약 3시간 거리죠." 오성규 울진군청 해양개발 담당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캠프파이어 불똥이 밤하늘을 수놓는 동안 한쪽에서는 꽁치구이 준비가 한창이다. 나무꼬챙이에 꽁치 한 마리를 통째 끼워 숯불에 굽는다.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주는 꽁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는 엄마들은 막걸리 귀신들이다. 막걸리가 이내 동나고 김광일(43) 이장은 서둘러 막걸리를 구하러 나선다. "우리 그냥 이대로 밤새워요!"
해변에서 여유 있게 해돋이를 구경한 뒤 하루를 시작한 체험객들은 해녀를 만나러 간다. 은빛 백사장을 따라 걷는 동안 바닷물에 신발이며 바지며 모두 젖지만 아랑곳없다. 해녀들이 물속 깊이 자맥질해 건져 올린 미역은 짜다. 싱싱한 해삼도 마찬가지. 그래도 사양하는 법이 없다. 살아있는 자연에 감탄하는 순간이다.
낚싯배를 타고 동해로 나아간다. 바다 위에는 통발어선들이 연안에서 조업 중이다. 갓 건져 올린 통발에는 커다란 문어가 꿈틀거린다. 입맛만 다시는 참가자들의 눈빛이 애처롭다. 시속 50㎞의 질주가 겨우 아쉬움을 달래준다.
마을 주민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돌아서는 길, 버스 안은 벌써 여름휴가 계획을 잡느라 어수선하다. "올여름에 꼭 다시 올게요. 그땐 배 타고 멸치 한번 잡아볼까?"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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