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많이 걸어도 어지럽고 숨이 차다는 교사 김모(40·여) 씨. 그는 빈혈 증상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약국에서 철분제를 사서 복용하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빈혈을 일으키는 질환은 수없이 많으며, 때론 재생불량성 빈혈처럼 철분제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빈혈, 결코 쉽게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병이다.
◆이런 경우 빈혈 의심
입술 색이나 결막이 창백해 보이는 정도를 보고 빈혈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손바닥, 손톱 등이 창백해 보일 수 있고,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모발이 거칠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빈혈이 있으면 산소공급이 부족해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운동할 때, 계단을 오를 때에도 호흡 곤란으로 인해 힘이 든다.
◆철 결핍성 빈혈
빈혈 진단을 위한 기본적인 검사는 말초 혈구검사이다. 적혈구의 양, 용적, 모양, 헤모글로빈 수치 등을 확인함으로써 빈혈의 여부와 정도를 알 수 있다. 적혈구의 크기가 작고 생리 과다, 위장 질환 등의 병력이 있으면 혈중 철분 수치 및 철 운반 단백질의 양을 측정해 철 결핍성 빈혈에 대한 조사를 한다.
성인 남자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진단되면 위 내시경 검사로 위암이나 궤양성 질환으로 인한 출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위 내시경 검사가 정상이면 대장암이나 치질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
성인 여성의 경우 임신의 여부, 생리의 양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므로 환자는 의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생리의 양이 많으면 산부인과 진찰이 필요하고 다른 이상이 없으면 위, 대장 검사 등이 필요하다.
이처럼 철 결핍성 빈혈 자체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지만 원인 질환에 악성 질환이 간혹 포함되므로 원인 질환을 반드시 확인한 뒤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 결핍성 빈혈은 원인 질환을 치료함과 동시에 철분제를 5개월 이상 복용해야 한다. 철분제를 복용하면 몇 주간의 치료로 대개 정상 수치가 되는데, 이때 환자들은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수치가 정상이 돼도 이미 간 등에 저장돼 비상시기에 철분을 공급하는 저장 철을 정상 상태로 복구하는데 5개월 정도 걸리므로 약물 치료를 중간에 멈춰서는 안 된다. 임신과 동반된 철 결핍성 빈혈인 경우는 분만 뒤까지 일정 기간 철제제의 복용이 필요하다.
◆악성질환으로 인한 빈혈
재생 불량성 빈혈, 급성 백혈병, 골수 이형성증, 다발성 골수종 등 골수 자체의 악성 질환이 의심되면 말초혈액 검사와 골수 천자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재생 불량성 빈혈은 증상에 대처하는 요법과 함께 골수이식이나 면역억제요법으로 치료한다. 급성 백혈병은 우선 항암 화학요법으로 암 세포를 죽인 뒤 동종 골수이식(골수가 동일한 다른 사람의 것을 이식)이나 자가이식을 해서 완치를 꾀할 수 있다. 이런 치료로 원인 질환이 호전되면 빈혈도 정상화된다. 골수이식은 골수에 생긴 악성 세포를 말끔히 없앤 뒤 새로운 정상 골수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빈혈인 경우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8 이상으로 심하지 않지만 대개 여러 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위장 수술을 받은 지 수년 뒤에 동반된 비타민 B12 결핍증으로 인한 빈혈은 정기적으로 비타민 근육주사를 맞아 헤모글로빈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약물로 인한 용혈성 빈혈(혈관 안에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경우)의 경우 약물을 중단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에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손상균 경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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